▲ 정기훈 기자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건설노조 사무실 앞에서 ‘뻗치기’하던 기자와, 교대를 기다리던 경찰이 땡볕을 피해 감나무 그늘 아래에 앉고 섰다. 어어, 저기! 누군가 외쳤고 깜박 졸던 오디오맨이 화들짝 놀라 카메라 옆으로 달렸다. 허공에 새똥이 날렸다. 미처 피하지 못한 기자가 물티슈를 찾았다. 사람들 웅성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깃털도 나지 않은 어린 새 한 마리가 2층 옥상 끄트머리에 위태롭게 매달렸다. 곧 떨어졌다. 날개를 두어 번 휘저어 봤지만 소용없었다. 툭, 바닥에서 아직 죽지 않은 어린 새가 몇 번 고개 들어 움직였다. 옆자리 경찰이 어린 새를 감나무 그늘 아래 흙으로 옮겼다. 압수수색이 끝나길 기다리던 기자가 종종 고개 돌려 어린 새를 살폈다. 그늘이 움직였다. 그늘 따라 사람들도 움직였다. 떨어진 새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낡은 안전화 위로 각반을 한 노조 사람들이 꿈쩍 않고 입구를 지키던 경찰 앞에서 정권 규탄 팻말을 들었다. 마이크 잡은 이가 추락하는 노동권과, 인권과, 국격에 대해 말했다. 감나무 그늘이 내내 짙었다. 해 따라 바닥을 흘렀다. 압수수색이 길었다. 깃털도 나지 않은 새는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