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노조가 8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짜 사장인 CLS가 교섭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남윤희 기자>

택배노조(위원장 진경호)가 원청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일 CLS에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보내 8일 오전 11시까지 회신을 요청했다. 하지만 CLS측은 노조가 제시한 기한까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노조는 8일 오전 CLS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구 HJ 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클렌징(배송구역 회수) 폐지와 공짜 노동인 프레시백 회수 단가 현실화를 긴급한 교섭 의제로 제시한다”며 재차 교섭을 촉구했다. 노조는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건 CLS”라며 “원청이 교섭에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쿠팡 택배기사들이 CLS의 업무 지시를 받고 일할 뿐만 아니라, CLS가 구역을 회수하면 대리점과 계약관계가 유지되더라도 수입이 끊긴다는 점을 원청이 교섭에 나와야 하는 이유로 들었다. 10개 구역 회수가 예정되어 있어 해당 구역에서 일해 온 택배기사 20명이 클렌징 위협에 놓여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근 택배기사 7명이 클렌징된 울산 택신대리점측도 CLS 본사에서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해당 대리점은 위탁계약서에 원청에서 제시한 ‘명절 출근 75% 이상, 프레시백 회수율 90% 이상, 출근율 85% 이상 등 불이행 시 계약해지 최우선 조건을 적용한다’는 특약사항을 넣었다. 기사들이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고 조율을 요청했으나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CLS 관계자는 “택배노조와 교섭할 법적인 지위에 있지도 않다”며 “노조의 거듭된 허위 주장에 법적 조치를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택배기사들은 CLS와 위탁계약을 맺은 대리점과 다시 위탁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교섭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CLS측의 이런 주장은 최근 판례와 충돌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정용석)는 지난 1월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원청의 교섭 의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기존 사용자 개념을 폭넓게 해석해 ‘노동조건을 실질적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지위에 있는 자’까지 사용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진경호 노조 위원장은 “CLS는 법원 판결과 노조법 개정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조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원영부 노조 경기지부장은 지난달 26일부터 CLS 본사 앞에서 클렌징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9일이면 보름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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