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쉴 권리’ 보장을 위한 보건복지부의 상병수당 1단계 시범사업이 이달 종료하는 가운데, 대상 범위가 협소하고 보상금액이 지나치게 낮다는 당초 지적이 기우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공공운수노조·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은 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상병수당 시범사업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열었다.

복지부의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세 단계로 진행된다. 지난해 7월부터 이달까지 세 개 모형을 중심으로 1단계, 다음달부터 내년 6월까지 기존 세 개 모형에 두 개 모형을 추가한 2단계, 내년 7월부터 1년간 1·2단계를 평가해 최종 결정된 모형을 일괄 적용하는 3단계다. 시범사업 모형은 입원 여부, 급여보장 기간의 기준, 대기기간과 최대보장 일수, 대상자 등에 따라 나뉜다. 최종 제도 도입 목표는 2025년이다.

1차 시범사업 집행액은 배정된 예산 80여억원의 3분의 1도 안 되는 24억원 수준에 그쳤다. 대상의 협소함, 최저임금의 60% 수준의 낮은 급여액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상자 조건인 ‘취업자’ 기준(건강보험 직장가입자, 고용·산재보험 가입자, 사업기간 및 매출기준 충족 자영업자 등)에 저임금·비정규 노동자, 초단시간 노동자, 소득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자영업자 등이 포함되기 어렵다. 더욱이 2차 시범사업에선 ‘소득 하위 50%’ 기준까지 추가해 ‘선별 수당’ 비판이 불거졌다. 1차 시범사업의 ‘만 15세 이상 65세 미만 대한민국 국적자’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층과 이주노동자가 배제되는 문제도 있다. 김흥수 공공운수노조 사회공공성위원장은 “현행 기준보다 소득의 유무만을 자격요건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저임금 60%를 보장하는 급여는 근로소득만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에게 실효성이 없는 수준이다. 정혜주 고려대 교수(보건정책관리학)는 생활임금을 받는 서울형 유급병가 수혜자의 비용·편익(2020년)을 분석한 결과 평균 지원금은 비용의 5.2%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김흥수 위원장은 “급여의 상하한선 논의는 차후 진행하더라도 정률의 소득보장을 통해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상병수당만으로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할 수 없다. 고용안정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의에서 고용안정 부분은 빠져있다. 경제협력개발국가(OECD) 중 법정 병가 또는 해고 금지가 법제화되지 않은 국가는 한국·아일랜드·멕시코 정도다. 정혜주 교수는 “상병에 의한 결근 시 고용보장이 안 되면 상병수당은 실효성을 갖기 힘들다”며 “최소한 해고 방지 조항이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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