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금속노조 삼성지회

삼성물산이 금속노조 삼성지회를 와해하기 위해 설립된 ‘에버랜드노조’ 활동 기간에 응하지 않은 금속노조와의 단체교섭을 이행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단체교섭권 인정 이전 기간의 단체교섭권까지 소급해서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1심 판결이 뒤집혔다. 법원은 과거의 근로조건도 단체교섭 이행 청구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 2011~2020년 ‘친사 노조’와 단협
1심 “과거 법률관계 사후 변경, 근거 없어”

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8-1부(부장판사 정경근·박순영·민지현)는 금속노조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이행청구 소송에서 지난 2일 1심 판결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소송 발단은 2011년 6월께 ‘에버랜드노조’ 설립이다. 다음달 출범한 금속노조 삼성지회는 단체협약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2020년까지 에버랜드노조와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삼성지회의 단체협상 요구는 불응했다.

금속노조는 2019년 3월 에버랜드노조를 상대로 노동조합 설립무효 소송을 내 지난해 6월 항소심에서 무효 판결이 확정됐다. 이와 함께 금속노조는 2020년 4월 단체교섭 이행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삼성물산은 이듬해 3월 금속노조가 과반수노조라는 취지의 공고를 했고, 노사는 지난해 4월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금속노조는 소송 취하 대신 “2011~2020년의 임금·단체협약에 대해서도 단체교섭을 이행하라”고 청구취지를 변경했다. 과거 기간까지 소급해 단체교섭을 하라는 것이다.

1심은 과거의 임금·단체협약에 관한 단체교섭 청구에 회사가 응할 의무가 없다며 사측 손을 들어줬다. 과거 단체교섭 사항 가운데 일부는 단체협약을 새로 체결하더라도 소급해 준수하기가 불가능하고, 임금은 과거 법률관계를 사후적으로 변경해 달라는 것이라서 법률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삼성지회, 노조법 요건 갖춘 유일한 노조”
“과거 근로관계, 단체교섭 요구 권리 있어”

항소심은 1심을 뒤집었다. 금속노조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요건을 갖춘 ‘유일한’ 노조라는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에버랜드노조는 삼성지회 설립을 방해하기 위해 설립된 대항노조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원고가 피고 사업장에서 노조법상 요건을 갖춘 유일한 노조로, 단체교섭 이행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임금 등 근로조건과 관련된 사항도 ‘의무교섭 사항’이라고 봤다.

이를 전제로 1심과 반대로 ‘과거 근로관계 사항’도 소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단체협약은 노조가 사용자와 근로조건이나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해 체결하는 협정이므로 과거 근로관계에 관한 사항을 교섭할 수 없다고 볼 근거는 없다”며 “원고가 교섭청구를 계속해 왔음에도 단체교섭이 이뤄지지 않은 사건에서, 교섭사항이 과거 근로관계에 관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의무교섭 사항에서 제외된다거나 교섭청구를 구할 실익이 없게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에버랜드노조 설립이 무효라도 기존 단체협약으로 형성된 근로관계가 소급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는 여전히 대상기간 동안 단체교섭 이행 청구권을 가지고 있고, 이는 과거 법률관계를 모두 무효로 돌릴 것을 전제로 하는 것도 아니다”며 “원고는 단체교섭을 통해 기존보다 유리한 단체협약을 새로 체결할 수도 있으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실익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단체교섭 이행 청구는 회사가 교섭에 응하라고 요구하는 것에 불과해 회사가 모든 교섭의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단체교섭 과정에서 노조 역시 성실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바 세부적인 교섭사항에 관해선 이행 과정에서 조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금속노조와 체결한 임금·단체협약 역시 과거의 근로관계를 규율한 것이 아니므로 에버랜드노조와 단협을 맺은 기간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사에 성실교섭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 자료사진 금속노조 삼성지회
▲ 자료사진 금속노조 삼성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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