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동차 부품기업 HL만도 사측이 법원에 낸 고용안정위원회개최 응낙 가처분 이의신청 심문을 앞두고 법관이 민주노총 출신이라는 이유로 기피 신청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1일 만도노조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달 23일 수원지법 평택지원에서 사측이 제기한 고용안정위원회개최 응낙 가처분결정 이의신청에 대한 심문이 예정돼 있었는데 사측의 재판부 기피 신청을 이유로 연기됐다.

만도 사측이 지난 3월 희망퇴직 계획을 밝히자 노조는 단협에 근거해 희망퇴직 관련 논의를 위한 고용안정위 개최를 수차례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이 이에 응하지 않아 법원에 고용안정위원회개최 응낙 가처분신청을 냈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2민사부는 지난 4월4일 노조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고, 사측은 같은달 28일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민사소송법에 따라 당사자는 법관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사측이 기피 신청을 한 이유가 해당 법관이 ‘민주노총 출신’이라는 데 있다. 사측은 지난달 30일 회사 홍보지 ‘노사저널’을 통해 법관 기피 신청을 한 이유에 대해 “해당 법관과 조합측 대리 변호사가 같은 민주노총 산하 조직 내에서 각각 민주노총 법률원과 금속노조 법률원 출신으로 동일한 노동 경향성을 가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가처분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면 통상 해당 재판부에 배정이 되는데 법관의 이력을 현 시점에 문제 삼는 게 갑작스럽다는 지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해당 법관이 2004년 민주노총 법률원에 근무했던 것을 노조도 이번에 알게 됐다”며 “단독 사건도 아니고 합의부에 배당된 사건인데 거의 20년 전 이력을 문제 삼는 게 심문기일을 미루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노조 주장에 대해 사측은 노사저널(5월30일)에서 “적법 절차에 따라 재판의 공정성을 해할 수 있는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법관 기피 신청을 제기한 것”이라며 “회사가 기피 신청을 한 시기는 5월12일로 사건을 배당받은 재판부를 인지한 직후였고, 심문일 연기는 5월22일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노조 주장은) 근거도 없는 자의적인 해석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이날 소식지를 통해 “법관의 단순 이력을 근거로 ‘동일한 노동 경향성’을 가졌다고 예단하고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이라는 사법부의 독립성과 안정성마저 거부하는 사측의 사유는 편견과 노조혐오가 가득 찬 자기 고백”이라며 “법관의 양심을 넘어설 정도의 공정성 침해의 증거라면 최소한 재판부와 친족관계나 이익 공동체 등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HL만도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기피 신청 이유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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