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김준영 금속노련(위원장 김만재) 사무처장을 구타해 연행한 31일 포스코 하청업체 노사교섭이 예정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가뜩이나 막혀 있는 노사관계가 더욱 꼬이게 된 셈이다.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10시께 당초 연맹과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조, 포스코 하청업체인 포운 사용자쪽이 교섭을 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섭에는 김만재 위원장,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조 관계자, 피해근 고용노동부 여수지청장, 포스코 광양제철소 부소장, 포운 사측 관계자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협상은 전날 김만재 위원장이 경찰에 연행된 직후 경찰 호송차 안에서 김 위원장이 피해근 지청장에 요청하면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이 조사를 이유로 김 위원장을 풀어 주지 않아 금속노련 다른 관계자가 협상에 참석했다. 게다가 교섭 전 경찰이 곤봉으로 김준영 처장을 구타·연행한 영향으로 교섭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여수지청 관계자는 “경찰력 투입계획을 몰랐다”며 “노사교섭이 잡혀 있는데 경찰이 단독으로 행동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사무처장이 고공농성하던 철탑이 도로에 설치돼 있어 빠른 진압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김 사무처장은 강제진압 과정에서 경찰에 맞아 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 순천성가로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순천경찰서로 호송돼 조사를 받았다. 김준영 사무처장은 이날로 403일째를 맞은 포스코 하청업체 포운과의 임금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원청인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규탄하는 천막농성에 합류했다가 교섭이 계속 지연하자, 지난 29일 밤 전남 광양시 광양제철소 앞 도로에 농성철탑을 만들고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30일 오전에는 김 위원장이 농성철탑 철거에 나선 경찰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경찰 예닐곱 명에게 둘러싸여 바닥에 쓰러진 뒤 목을 짓눌린 채로 뒤에서 수갑이 채워져 체포됐다.

산별연맹 위원장과 사무처장이 이틀 사이에 연행되면서 노동계는 들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잇따라 강경대응을 강조한 뒤 발생한 첫 유혈사태라 경찰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 사무처장은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이기도 하다.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1만2천원 운동본부는 “난간조차 없이 망루에 선 김준영 위원을 상대로 위험천만한 진압작전이 벌어지는 장면은 안전망 없이 하이퍼 인플레이션 앞에 내몰린 저임금 노동자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제조부문 노조연대회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라고 부여받은 경찰력을 노동자를 때려잡는 데 쓰는 경찰은 어느 나라 경찰이냐”며 “노조를 혐오하는 대통령과 경찰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재·임세웅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