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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에서 소음에 노출된 지 약 50년이 지나고 만성 중이염 병력이 있더라도 난청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법원은 개인마다 청력 감수성이 달라 노인성 난청이 함께 진행되다가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수 있으므로 소음성 난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960년대 7년여간 채탄, 2019년 난청
법원 감정의 “중이염 원인 가능성 적어”

3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윤성진 판사)은 광산노동자 A(82)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급여부지급 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공단이 항소하지 않아 지난 26일 1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1962년 7월부터 1970년 4월까지 약 7년10개월간 광산노동자로 일했다. 그런데 약 50년이 흐른 2019년 8월 감각신경성 난청을 진단받았다. A씨는 공단에 장해급여를 청구했지만 부지급 결정이 내려졌다. 소음 노출 중단 이후 경과 기간을 비롯해 측두골 CT 영상에서 중이염의 흔적 등 소견이 있어 난청과 업무 사이에는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한 특별진찰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A씨는 “소음성 난청은 증상이 진행돼 청력에 불편을 느끼게 돼서야 자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음 노출이 중단된 이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했다는 사정만으로 소음성 난청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이비인후과 병력도 혼합성 난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공단 판정을 뒤집고 ‘소음성 난청’이라고 판단했다. 먼저 A씨가 85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노출되는 작업환경에서 3년 이상 일했고, 청력검사 결과에서 양쪽 귀 모두 40데시벨 이상의 청력손실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령상 소음성 난청 기준인 ‘85데시벨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돼 한 귀의 청력손실이 40데시벨 이상’인 경우에 부합한다.

법원 감정의 소견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감정의는 “측두골 CT 영상에서 만성 중이염 환자에게 관찰될 수 있는 소견이 관찰되나 고막이나 중이에 뚜렷한 병변은 보이지 않아 중이염에서 비롯된 난청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적다”고 견해를 제시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중이염 흔적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난청이 오로지 중이염으로만 발생한 것으로서 소음 노출 작업과의 인과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법원 “기준 충족시 노인성 난청 단정 안 돼”
“초기 불편 못 느끼다가 진단 가능”

아울러 다른 원인으로만 난청이 발병한 사실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소음이 원인이라고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인성 난청이 진단됐더라도 소음 노출력이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을 충족한다면 소음성 난청으로 인정하도록 정한 공단의 업무처리지침을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A씨가 보이는 난청 증상이 오로지 노인성 난청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음 노출 이후 약 50년이 지나 난청을 진단받은 사실만으로 소음성 난청이 아니라고 봐선 안 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소음성 난청 초기에는 고주파수 음역대에서 청력손실이 우선 발생해 일상생활의 불편을 느끼지 못해 이를 난청으로 호소하지 않을 수 있다”며 “노인성 난청이 함께 진행되다가 불편을 느끼면서 비로소 난청으로 진단받을 수 있으므로 상당한 기간이 경과됐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소음성일 가능성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고 해석했다.

A씨를 대리한 안혜진 변호사(법무법인 더보상)는 “중이염 등 병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음 노출력의 영향을 따져 보지도 않고 쉽게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처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소음 노출력과 이비인후과 병력이 모두 있을 때 청력저하에 미친 영향을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중이염이 영향을 미친 정도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장해급여를 부지급 처분했다고 법원에서 판단한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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