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이 20일 오후 충북 제천시 청풍면 청풍리조트에서 정의당 노동자 정치한마당이 열렸다. 임세웅 기자

“현장 요구 해결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훨씬 잘합니다. 전체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할 전망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죠.”(박준형 공공운수노조 교육국장)

“외로웠어요. 동지가 없다는 느낌. 정의당 동지가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지역에서부터 노동자들을 향한 실천과 연대를 해야죠.”(익명을 요구한 50대 경기도당원)

지난 20일 오후 3시. 제천시 청풍면에 위치한 청풍리조트 대연회장에 600여명의 정의당 관계자와 노동자 당원이 모여 ‘정의당 노동자 정치한마당’을 열었다. 정의당은 지난해 재창당을 결의하면서 노동에 뿌리를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노동중심성 넓게 다져야, 문제는 어떻게?
노동자 정체성 가진 정당, 당대표부터 노조가입

정의당은 이번 행사 전반에서 노동중심성을 확고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정의당에 노동중심성이 중요하고 필요한 이유, 노동중심 정치세력이 되기 위해 정의당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노동자에 직접 물었다.

현재 권력 관계를 유지가 아니라 권력의 평등 분배를 추구하는 진보정치는 상대적으로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놓인 노동자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데 참가자 대부분 동의했다. 다만 구체적 방법론에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정의당이 노조에게 확실한 비전을 보여주며 행동을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노동자라고 스스로를 정의하지 않는 당원도 있으니 당이 노동현장 속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까지 스펙트럼이 넓었다.

장석원 금속노조 미조직국장은 “정의당이 시민의 노동자성을 일깨우며, 노동자와 당이 함께 커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당 소속이다. 장 국장은 발제에서 “허약한 노동자 계급을 키우고, 분절된 노동자를 묶기 위해 산별교섭을 통해 노조 바깥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과 노동운동이 손잡고 성장해야 한다. 당원들이 산별노조에 가입하고. 노조 대의원도 됐으면 한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지 않으면 노동자가 파업으로 관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저부터 산별노조에 가입하겠다”며 “1당원이 1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당대표 무관심에 반년 넘게 노동부대표 공석” 비판도
“다들 부대표 고사해 어쩔 수 없어”

‘정의당이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에 대해서도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 조에 11명씩, 50조가 토론을 거친 뒤 투표에서 가장 많은 동의를 받은 의견을 선정했다. 이를 모두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공유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그간 정의당에 대한 노동자들의 서운함이었다. 정의당이 여태껏 노동부대표를 뽑지 않았다는 비판도 포함됐다. 노동부대표는 당 대표가 지명하는데, 지난해 10월 이정미 대표가 선출된 뒤 지금까지 공석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30대 당원은 “아직까지 노동부대표가 없다는 건 당이 노동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정미 대표는 “반드시 노동부대표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한다. 여러분들이 가감없이 저에게 추천해 달라”고 밝혔다. 조귀제 노동위원장은 “이 대표가 적극적으로 부대표를 만들고 싶어했지만 모시기가 어려웠다”며 “현직 조합원들의 다양성, 정의당에 들어와서 전폭적으로 일을 맡아야 하는 점, 정말 노동중심으로 가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모여 다들 고사를 했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정의당이 중앙정치에 매몰돼 있다는 오래된 지적도 나왔다. 이에 이 대표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통과나 노란봉투법 논의도 당이 노동·시민단체와 결합해 통과시킨 것”이라며 “앞으로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올라온 의견들은 당에서 문서화해 차후 정책을 만드는 데에 참고할 예정이다. 이상범 정의당 서울시당 성동구위원장은 “의견들을 정리해 문서화한 뒤 중앙당 지도부들이 공유했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의원단 연석회의에 어떤 내용이 나왔는지 보고하고, 당의 대책을 정리해 추가적 후속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조귀제 노동위원장은 “노동정책을 만드는데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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