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청소년지원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센터장은 피해자들의 아픔을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폄하했습니다. 가해자가 복귀하게 된다면 더욱 심각하고 교묘한 수준의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피해자들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처지가 돼 마지막 선택지인 ‘퇴사’라는 절망 앞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경남청소년지원재단 소속 센터장이 장기간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자행하다 해고된 이후 낸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 내용이다. 해당 센터장은 항소심까지 소송을 이어갔다. 하지만 2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성수제 부장판사)는 재단 소속 센터장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정당한 해고”라고 재차 확인했다. 센터장의 직장내 괴롭힘 인정사실만 13가지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퇴근하면서 ‘출근 시간까지’ 보고서 내라
남직원 성희롱·개인 심부름까지 퇴사자 속출

사건은 A씨가 2018년 7월 재단 산하 센터장에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직원들이 재단에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진정서에 따르면 A씨는 권위주의적으로 센터를 운영했다. 퇴근 무렵 다음날 출근 시간까지 분석보고서를 작성케 하고 그 내용을 질책했다. 그는 “이거 해 놓고 밤늦게까지 일했다고 할 거 아니야” 등 모멸감을 주는 발언을 일삼았다. 결재서류도 특별한 이유 없이 반송하면서 “알아서 이유를 찾으라”고 지적했다. 업무능력이 부족한 직원에게 1388(청소년 전화·긴급구조) 업무를 맡기겠다고 협박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직원들의 정당한 야근마저 방해했다. 직원들이 시간외 근무를 신청하면 “무능한 사람”이라며 반송해 직원들은 무급으로 야근해야 했다.

A씨는 업무 외 심부름도 직원들에게 떠맡겼다. 신입직원에게 자신의 점심을 챙기도록 교육하라고 선임에게 지시하고, 직원들에게 간식과 직원 자녀의 선물을 사도록 강요했다. 그러면서도 식사비는 직원에게 부담하게 했다. 출장 갈 때는 직원 차량을 이용하기도 했다.

갑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남직원을 상대로 한 성희롱 발언도 이어졌다. 기혼인 남직원에게 “힘 써보라” “성공해, 알지?” 등 발언도 일삼았다. 그러자 퇴사하는 직원이 속출했다. A씨의 센터장 부임 시절에만 재단에서 퇴사한 직원 13명 중 7명이 센터 소속이었다. 그중에는 당장 사직서를 쓰라고 종용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중노위, 초심 판정 뒤집고 “해고 정당”
법원 “비위 중해, 계속 근무시 피해자 고통”

재단은 2020년 9월 인사위원 만장일치로 해임을 의결했다. 하지만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징계양정이 과도하다”며 A씨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이후 재단이 A씨를 복직시키고 유급휴가를 줘 피해자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중노위는 초심을 뒤집고 재단측 손을 들어줬다. 징계재량권을 남용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A씨는 지난해 6월 소송을 냈다.

1심은 징계사유를 모두 인정하면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비위 정도가 중하고 과거 다른 직원 6명도 유사한 피해를 호소했다”며 “공익적 목적을 가진 재단의 관리자 지위에 있는 A씨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A씨가 오히려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해고되지 않고 계속 근무하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고용환경을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높다”고 강조했다.

A씨는 근로기준법에 직장내 괴롭힘 조항이 신설된 2019년 7월 이전의 행위는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항소했지만, 법원 판단은 같았다. 재판부는 “직원으로서의 체면이나 재단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를 징계사유로 든 재단 인사규정에 비춰 볼 때 과거 행위도 얼마든지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직원들 태도가 부족해 지적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위의 우위를 이용해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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