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노동자 4명이 숨진 ‘부산 엘시티 추락사’와 관련해 대법원이 원청의 안전조치의무에 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일부를 ‘무죄’로 확정했다. 고층용 작업대인 ‘PCS-C’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한 ‘비계(건설현장에서 발판으로 쓰는 가설구조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포스코건설은 2019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전력이 있다.

56층서 작업대 추락, 1분 만에 노동자 4명 사망
사고 원인 ‘앵커 체결 부실’, 안전교육 미실시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8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포스코건설에 벌금 2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포스코건설 선임 현장소장 A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하청업체인 커튼 월(유리외벽) 시공사 소속 현장소장 B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됐다. 커튼 월 시공사는 벌금 1천500만원, PCS-C 납품업체는 무죄가 확정됐다.

‘엘시티 추락사고’는 1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충격을 안겼다. 2018년 3월2일 오후 1시50분께 엘시티 A동 56층(약 201미터 높이)에서 작업대 추락으로 노동자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외벽에서 고층용 작업대인 PCS-C를 위층으로 올리던 중 작업대 하중을 버티는 역할을 하는 앵커와 타이로드의 체결 길이가 짧아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구조물 안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3명이 숨졌고, 지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관리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은 작업대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1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순식간에 발생한 사고다. 고용노동부가 재해조사를 실시한 결과 ‘앵커 체결 부실’이 드러났다.

앵커(고정대)는 철근 형태의 ‘타이로드’와 고깔 모양의 ‘클라이밍 콘’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설치하는데, 사고 당시에는 체결 깊이가 11.5밀리미터에 불과했다. 공사 매뉴얼은 최소 55밀리미터 깊이로 체결하도록 정하고 있다. 얕은 체결로 하중을 견디지 못한 작업대가 떨어진 것이다.

사고 당시 포스코건설측의 청탁 의혹도 불거졌다. 현장소장 A씨는 고용노동부 부산동부지청장 등에게 엘시티 공사 작업 중지 명령을 해제해 달라는 취지로 여섯 차례 걸쳐 400여만원의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에서 포스코건설은 24개 현장(165건) 모두 안전보건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부분이 적발됐다.

1·2심 안전조치의무 일부 ‘무죄’
“고층용 작업대 ‘PCS-C’ 비계로 볼 수 없어”

1심은 2020년 2월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커튼 월 시공사 현장소장 B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PCS-C 납품업체 직원 2명은 금고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포스코건설 건축소 직원 등 6명에게는 벌금 200만~700만원이 선고됐다. 포스코건설 법인은 벌금 1천만원, 커튼 월 시공사는 벌금 1천500만 원, PSC-S 납품업체는 무죄가 선고됐다.

작업대 설치작업과 관련한 주의의무 위반은 유죄(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판단됐지만, ‘작업대 인상’ 작업과 관련한 재해예방조치의무는 무죄가 선고됐다. PCS-C가 비계·중량물 등 시설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안전보건규칙(57조)는 사업주가 높이 5미터 이상의 비계를 조립·해체·변경할 때는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의 작업을 실질적으로 감독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판단은 일부 달랐다. 포스코건설의 벌금을 2천만원으로 높였다. 재판부는 “원청 관리자들이 안전 위험성이 있는 상태에서 하청노동자들을 감독했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하지만 PCS-C와 관련한 안전조치의무 위반 부분은 무죄가 유지됐다. 대법원도 이를 확정했다. 원청 관리자들이 시설물 안전유지와 비계 조립·해체 등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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