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간호사노조 조합원들이 런던 세인트토마스종합병원 앞에서 간호인력 확대와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간호사노조(RCN)>

5월에는 ‘국제간호사의 날(5월12일)’과 ‘국제조산사의 날(5월5일)’이 있다. 두 날을 기념해 국제노동기구(ILO)가 간호사와 조산사가 과도한 근무와 낮은 임금에 시달리면서 이들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ILO에 따르면 간호와 조산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전 세계 노동력의 1.3%를 차지한다. 이들은 사회서비스 종사자의 절반을 이루며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담당한다. 간호와 조산 업무는 여성 노동력이 지배적인 영역으로 관련 종사자의 80%가 여성이다. 특히 한국과 같은 고소득 국가에서는 간호 및 조산 업무에 종사하는 여성 비율이 저소득 국가보다 훨씬 높다.

전체 인구에서 간호 및 조산 업무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고소득 국가의 경우 1% 남짓이고, 중·저소득 국가의 경우 0.3%로 소득수준에 따라 나라별로 차이를 보인다. 주된 이유는 고소득 국가에서는 보건의료체제가 잘 발달한 반면, 중·저소득 국가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ILO는 보건의료와 장기요양에서 노동력이 부족하고 역량을 제약하는 상황이 세계 모든 나라가 봉착한 글로벌 도전이라고 강조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보건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개선되지 못하고 악화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ILO는 “글로벌 수준에서 보건의료 노동자의 부족 문제가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저소득 국가의 간호사와 조산사가 더 나은 직장과 생활을 찾아 자기 나라를 떠나 고소득 국가로 이주하는 현상인 “보건의료 노동자 대탈주(the exodus of healthcare workers)”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ILO는 최소 45개국에서 이러한 ‘탈주’ 현상이 보고된다고 지적했다(많은 저소득 국가에서 간호사와 조산사의 ‘탈주’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의사의 ‘탈주’다).

그 결과, 고소득 국가 중에서 간호와 조산 종사자 가운데 외국 출신자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관련 비율이 20%를 넘는 대표적인 나라로는 룩셈부르크(35%), 아일랜드(34%), 스위스(30%), 영국(22%) 등이 있다.

가난한 나라에서 엄청난 금전적 비용과 사회적 지원을 들여 배출한 고급인력이 자기 나라에서 일하지 않고 부자 나라로 이주하는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ILO는 낮은 소득과 장시간 근로 문제를 꼽았다. ILO는 주48시간을 초과할 경우 이를 ‘과도한 근로시간’(excessive working hours)으로 규정하는데, 대부분의 저소득 국가에서 간호사와 조산사의 근로시간은 주48시간을 넘었다.

간호와 조산 종사자의 과도한 근로시간 문제는 저소득 국가가 대부분인 아프리카 나라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아프리카에서 49시간 이상 일하는 간호사와 조산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우간다(61%)다. 다음으로 니제르(60%), 코트디부아르(60%), 시에라리온(52%), 탄자니아(51%), 르완다(50%), 세네갈(41%), 앙골라(41%) 순이었다.

ILO는 장시간 근로와 저임금으로 인한 보건의료 노동자의 ‘탈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회원국이 ‘간호종사자 협약’(Nursing Personnel Convention) 148호(1977년 채택)를 비준할 것을 권고한다. 148호 협약 채택의 배경에는 의료 서비스의 확대와 고소득 국가로의 이주로 많은 나라에서 간호인력이 부족해진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ILO 187개 회원국 중 41개국이 비준한 협약 148호는 정부가 앞장서 간호종사자를 위한 고용과 근로조건을 규제하고 적절한 교육훈련을 제공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윤효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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