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 2023. 4. 13. 선고 대법원 2018다283926, 2018다283933(병합), 2018다283940(병합) 임금

1. 사실관계 및 이 사건의 쟁점

▲ 지하림 변호사(법무법인 이평)
▲ 지하림 변호사(법무법인 이평)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은 2010년 12월30일 공공기관에 대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각종 수당 등의 임금 항목을 기본연봉으로 통폐합하라는 정부 권고에 따라, 종전의 임금 항목 중 상여금 항목을 없애고 해당 금액을 기본연봉에 합산했다. 성과연봉, 건강관리보조비, 가계지원비는 기본연봉에 통합했다. 기본연봉을 12등분해 매월 균등하게 지급되는 금액을 월봉으로 보수규정을 개정했다.

이때 국민건강보험공단(피고)는 종전에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던 상여금, 성과연봉, 건강관리보조비, 가계지원비가 기본연봉에 편입되더라도 그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을 여전히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기 위해 그 상당 금액인 월봉의 40%를 제외한 월봉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을 통상임금으로 했다. 이렇게 개정한 보수규정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얻었다.

이에 따라 일산병원 노사는 통상임금을 월봉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일산병원 근로자(원고)들은 2015. 3. 2. 피고를 상대로 그간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던 월봉의 나머지 40%와 기본연봉에 편입되지 않은 임금항목 중 대우수당, 보직수당, 장기근속수당, 식대보조비와 야간근무자 식대보조비가 성질상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통상임금에 해당하므로, 위 임금 항목들을 포함해 통상임금을 산정할 것을 주장했다. 이렇게 산정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과 위 미지급 법정수당 금액을 포함해 산정한 평균임금으로 계산한 퇴직금 및 퇴직금중간정산금의 지급을 구하고, 퇴직연금계좌 가입자에게는 미지급 퇴직연금 납입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확인을 원했다.

1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으나, 2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2심 판결에 대해 피고가 상고했고, 대법원은 사건이 접수된 지 약 5년 만에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고 중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계좌에 가입한 자들의 확인 청구만 이행소송으로 제기할 수 있었기 때문에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그 외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인용하는 판결을 내려, 사실상 원고들의 승소가 확정됐다.

본 사건은 전형적인 통상임금 사건이라고 볼 수 있으나, 몇 가지 살펴볼 쟁점이 있다. 소개할 쟁점은 첫째 2011년도 임금체계 개편 당시 상여금, 성과연봉, 건강관리보조비, 가계지원비를 기본연봉에 포함하면서 월봉의 60%만을 통상임금으로 정한 단체협약 및 보수규정의 각 해당 규정이 무효인지다. 두 번째는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서의 노사 합의를 부정하고 월봉의 전부를 통상임금으로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 위반인지 여부다. 세 번째는 재직자 조건이 부가된 장기근속수당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는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가. 월봉의 60%만을 통상임금으로 정하고 있는 단체협약의 효력을 부정하고 그 전부를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는지

대법원은 원심이 원고들에게 지급되는 기본연봉과 월봉은 그 전체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춘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보수규정과 단체협약 중 월봉의 60%만을 통상임금으로 제한한 부분은 성질상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합의로 보고, 그에 따라 산정한 가산임금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므로 그 범위 내에서 무효라고 판시했다. 원심판단 이유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통상임금의 요건 및 판단기준, 단체협약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원심은 위 대법원 판단 내용과 더불어, 월봉의 40%에 해당하는 과거의 성과연봉, 건강관리보조비, 가계지원비는 성질상 통상임금에 해당하므로 이를 제외하는 단체협약은 여전히 무효라고 판단했다.

나.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서의 노사 합의를 부정하고 월봉의 전부를 통상임금으로 보는 것이 신의칙 위반인지

피고는 일산병원의 보수규정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만 하는데, 월봉의 40% 부분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하면 그 보수규정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고, 단체협약의 효력을 부정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원심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월봉의 60%만 통상임금으로 하는 보수규정을 승인했더라도, 이 사건은 ‘보수규정’과는 별개의 승인받지 않은 보수규정을 토대로 금원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승인된 ‘보수규정’ 자체의 잘못된 점을 들어 합당한 보수를 청구하거나 확인받는 것으로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위 원심의 판단에 신의칙 및 국민건강보험법 제29조의 승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다. 재직자 조건이 부가된 장기근속수당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는지

대법원은 장기근속수당이 일정 근속기간에 이른 근로자가 근무일수에 따라 일정액을 지급받을 것이 확정된 고정적 임금으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원심은 장기근속수당에 대해 아래와 같이 판단했다.

1) 장기근속수당은 보수규정에서 일반직 직원에 대해 매월 1일을 기준으로 근속기간이 5년 이상 9년 이하의 직원에게 월 5만원, 근속기간이 10년 이상인 직원에게 월 10만원씩 지급됐다.

2) ‘제수당 및 복리후생비 지급지침’에는 장기근속수당의 지급 대상을 지급 기준일(매월 1일)에 현재 재직자 중인 직원으로 정하고 있다.

3) 피고는 보수규정에 따라 10년 이상 근속한 자가 퇴직 당월 1일만 근무한 자는 1일 근로에 해당하는 부분만 지급하고, 2일 이상 근무하면 전액 지급했고, 10년 미만 근속한 경우도 일할 계산해 지급했다.

4)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장기근속수당이 일할계산 방식으로 지급되는 이상 지급 기준일은 근속기간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에 불과하고 지급 기준일에 재직하지 않는 근로자를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취지로 보이지는 않는다.

5) 그렇다면 장기근속수당은 근속기간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일정근속기간에 이른 근로자에 대해 근무일수에 따라 일정액을 지급받을 것이 확정돼 있는 고정적 임금으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3. 대상판결의 의의

이 사건은 언뜻 보면 2013년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결론이 명확한 것처럼 보이나, 대법원이 몇 년을 고민하고 1심에서는 원고들이 전부 패소할 만큼 난해하고 오묘한 사건이다.

기본연봉 혹은 기본급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기본급의 일부만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기로 노사가 합의하고 그 전제에서 여러 임금 항목을 기본급으로 편입했다면, 그래도 이러한 노사 합의에 대한 서로의 신뢰를 무시하고 기본급의 전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이 사건의 경우 과거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던 월봉의 40%에 해당하는 임금들이 실제로는 그 성질상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이다. 그래서 위와 같은 ‘특별한’ 노사 합의에 대한 사용자의 신뢰를 보호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월봉의 40%에 해당하는 과거의 임금들이 그 성질상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이 아니었다면, 근로자들이 위와 같은 노사 합의를 무시하고 통상임금이 아닌 임금들이 기본급화된 기회에 월봉의 전부를 통상임금이라고 주장했더라도, 사용자의 신뢰를 보호하지 않을 수 있을까?

대법원은 통상임금에 관한 노사 합의보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강행규정에 대한 보호가 더 우위에 있으므로 기본급의 전부를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했다. 즉 임금체계 개편과 같은 현저한 사정 변경이 있고 그 과정에서 노사 간에 어떤 특별한 신뢰가 생겼더라도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보다 우선할 수 없다.

대법원은 소위 “재직자 조건”이 부가된 장기근속수당의 통상임금성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장기근속수당에 부가된 재직자 조건을 부정한 원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했다. 결국 원심 판결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재직자 조건 자체의 무효성을 다투지는 않았다. 그러면 일산병원 근로자들은 어떻게 장기근속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원고들은 원심 당시 장기근속수당의 임금 산정 기간이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이므로, 재직자 조건의 지급 기준일인 매월 1일은 장기근속수당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무조건 포함될 수밖에 없으므로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제공할 때에는 언제든 그 달의 장기근속수당의 지급 여부를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기근속수당에 부가돼 있는 ‘재직자 조건’이 고정성을 상실시키는 조건으로써 기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임금이 고정성을 결여했는지는 그 임금의 구체적인 지급 조건과 지급 행태를 따져야 한다. 이는 통상임금의 다른 요소인 소정근로의 대가성, 정기성, 일률성도 마찬가지다.

원고들이 받던 장기근속수당에도 재직자 조건이 있었지만 사실상 ‘재직자 조건’으로 기능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고정성이 부정되지 않을 수 있었다. 어떤 임금에 재직자 조건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고정성이 없다고 그 임금의 통상임금성 주장을 포기할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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