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빈 변호사(금속법률원 충남사무소)

우리 맑스님은 200년 전 공산당선언을 통해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고 하셨고, 이로써 오늘도 가볍게 1승을 적립하셨다. 국가를 대표하는 경찰이 또다시 노동자들에게 무도한 짓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경찰은 노동자들에게만은 유독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공포의 몽둥이’가 된다. 이는 정권과는 상관이 없었으나, 체감상 이번 정권의 ‘빠따질’은 평소보다 맵고 얼얼하다. 노동자들을 향한 경찰력 사용의 경위는 아래와 같다.

지난 4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 8명은 정의선 회장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비정규직 실상을 알리고 법원의 판단대로 직접고용하라는 주장을 하려고 평화로운 선전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피켓·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려 하자 소위 ‘구사대’ 50명이 이들을 둘러싸고 선전전을 방해했다.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경찰이 현장에 나타났다. 경찰들은 폭력을 행사하는 구사대가 아니라 오히려 폭력을 당하고 있던 노동자들에게 “미신고 집회” 중단을 요구했고, 곧이어 해산명령을 했다. 경찰은 해산 사유가 없는데도 해산명령을 한 후, “사측에서 나온 사람들 체포행위 방해하면 공무집행 방해로 체포될 수 있다”며 구사대를 현장에서 피신시켰다. 경찰은 곧바로 노동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한 노동자의 목을 뒤로 졸라 바닥에 팽개쳤다. 노동자가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지만 경찰은 부상 상태 확인·응급처치 대신 사지를 들어 체포했다. 다른 노동자는 폭력적으로 제압당해 뒷수갑이 채워져 체포됐다. 체포에 응한 또 다른 노동자에게도 여지없이 쇠고랑이 채워졌다. 심지어 경찰은 체포 전후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

평화로운 집회를 하던 당진제철소의 노동자들에게는 보호해 줄 조국은커녕 무자비한 폭력만이 있었다. 이를 분석해 본다면 경찰의 체포에는 크게 4가지의 위법이 있었다. 첫째 해산명령은 부적법했다. 해산명령은 구체적이어야 하며, 정당하지 않은 해산명령은 그에 따르지 않더라도 죄가 되지 않는다. 선전전은 대중의 통행이 제한되는 곳에서 제3자 충돌·공공안녕 위해의 가능성이 없어 신고의 대상이 되지 않고, 8명의 노동자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드는 평화로운 방법으로 선전전을 해 폭행·손괴 위험이 없었다. 또한 노동자들은 공공의 안녕을 위협하지 않았고 오히려 구사대가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경찰은 전혀 해산사유가 없는데도 노동자들을 해산명령 불응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둘째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위해서는 체포의 필요성, 즉 도주·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구사대에 둘러싸여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었고, 노동자뿐만 아니라 경찰·구사대들까지 영상을 찍고 있었기 때문에 도주·증거인멸이 불가한 것이 명백했다. 현행범 체포 필요성이 전혀 없었다.

셋째 만일 체포 사유가 있더라도 경찰관 직무집행법 1조2항에 따라 경찰관의 직권은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가만히 있던 노동자를 뒤에서 목을 조르거나 위험성이 높을 때만 사용하게 돼 있는 뒷수갑을 채우는 등 체포의 양상이 필요최소한도에 머무르지 않고 폭력적이었다.

넷째 심지어 체포 이후 피의사실의 요지, 체포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 등의 고지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체포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해야 한다는 사실은 경찰공무원이 아니더라도 통념을 가진 시민이라면 상식으로 알고 있다. 절대 적법한 체포가 될 수 없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평화로운 선전전을 진행하던 노동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은 물론, 체포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이 인정될 수 없었다. 경찰의 이번 현행범 체포는 실질적·구체적으로 위법하게 직권을 남용한 것이 명백하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무리하게 위법을 저지르면서까지 노동자들을 체포한 사안이다. 이렇게까지 할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다. 경찰이 정의선 회장의 심기를 보위하기 위해 법을 어기면서까지 노동자들을 ‘치워’서 심기를 경호한 것이다. 단지 자본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박탈하다니. 지금의 국가는 노동자들을 위한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참담하고 갑갑한 마음으로 맑스님의 1승 적립을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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