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푸른 변호사(법무법인 강남)

정부는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에게 부과한 7일 격리 의무는 5일 격리 권고로 바뀌고, 동네의원과 약국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바뀌게 된다. 2020년 1월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3년 만의 일이다. 현재도 코로나19 확진자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이제는 일상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지나갔다고 해서 단순히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면 된다는 생각 대신 다음 감염병 재유행에 대비한 의료시스템 정비와 함께 어느샌가 사라진 단어인 ‘필수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살피고, ‘아프면 쉴 권리’의 개념을 다시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가장 먼저 사회가 주목한 ‘필수노동’은 보건의료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었다. 선별진료소와 병·의원에서 PCR(유전자 증폭) 검사와 백신 접종업무에 종사하며 육체적 노동과 감정노동을 버텨 온 보건의료 노동자들에 대한 ‘덕분에’ 캠페인이 진행됐지만, 인력 확충과 노동환경 개선은 큰 진전이 없었다. 특히 대응체계를 갖추지 못한 비전담병원 노동자들, 중소 병·의원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준수도 기대하기 어려운 열악한 근로환경 속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할 것을 요구받았다. 최근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논쟁 속에서도 간호사 1명당 담당 환자수 법제화 등 노동조건 개선은 주된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제정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의무로 부여한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이 수립됐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

또 다른 필수노동인 운수·물류노동자도 주목받은 것에 비해 개선된 것이 거의 없다. 코로나19는 온라인 쇼핑 성장의 기폭제가 됐으나, 해당 산업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 2020년 5월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 검찰은 3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기소하지 않고 있다.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설립된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택배노조 쿠팡지회에 대해 사측은 단체교섭 거부 및 노조간부 계약해지로 대응하고 있다. 시민들은 택배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근로환경 개선에 필요한 택배요금 인상도 용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원청 사용자는 택배요금만 인상할 뿐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정부는 부당노동행위를 단속하는 기본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필수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외에도 모든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유행을 지나면서 더욱 공감하게 된 것은 ‘아프면 쉴 권리’라는 개념일 것이다.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과 빈곤화 예방을 위해서라도, 사회의 생산성 감소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노동자의 아프면 쉴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연차가 보장되지 않는 5명 미만 사업장 소속 노동자나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진료를 받으러 갈 시간을 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주 69시간 문제에서 보듯 사용자와 정부는 노동자에게 휴식을 보장하는 것을 권리와 생존의 관점이 아닌 초과노동에 대한 대단한 보상쯤으로 보는 듯하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또한 지급수당이 최저임금의 60%인 하루 4만6천180원에 불과한 점, 특수고용 노동자 및 매출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어서 빨리 아픈 몸을 끌고 일터로 나서는 노동자에게 쉬어도 좋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아파도 상사와 동료의 눈치를 보는 직장의 현실을 바꿔 나가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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