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노사 법치주의’ ‘노동규범의 현대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현재 고용노동부가 기치로 걸고 있는 3가지 노동개혁 방향이다. 모두 첨예한 주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노동정책을 집행하는데 주요한 대화 파트너인 노동조합을 부패한 기득권 집단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런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도 심각한 문제다. 사회적 대화는커녕 관료들과 일부 학자들끼리 몇 개월간 논의해 도출한 결과를 마치 개혁의 정답인 것처럼 이야기하며, 입법예고했다. 진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대통령의 노사관계에 대한 철학이다. 국가 운영의 기반인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자를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미 대통령은 몇몇 사례를 부풀리며 노동조합을 ‘3대 부패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마치 노동조합은 사라져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노동조합과 대화와 타협이 없는 노동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를 애써 무시해온 1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사관계를 다루는 정책의 결정 과정은 노사정의 갈등을 다루는 정부의 능력과 실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를 기반으로 배제의 정치를 통해 제도적 틀거리에 대화의 상대조차 삼지 않는다. 국정의 최고의사결정자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노동조합과 정부의 협력은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만약 노동 정책들을 입안하는데 노동조합을 ‘패싱’한다면 국민의 압도적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노동정책은 노동조합은커녕 시민에게조차 매력적이지 않은 정책들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응하는 양대 노총에도 질문을 던지고 싶다. 최근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천명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73%는 직장 내 노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근데 노조는 사회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웠고, 사회통합과 취약계층 보호 등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응답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노동조합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노조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직장인들에게 노동조합은 유니콘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2021년 기준 노동조합 조직률은 14.2%입니다. 사업체 규모별로 보면 임금노동자 중 374만명이 일하는 300명 이상 기업의 경우 46.3%가 노조로 조직된 반면 1천870만명 즉 임금노동자 가운데 75%가 일하는 100명 미만 기업의 노조조직률은 1.6%밖에 되지 않는 현실이다. 이 가운데 사업체 규모로 파악이 되지 않는 비전형 노동자 통계까지 합치면 노동조합 조직률은 0%에 수렴할 것이다.

반노조 행보를 이어가는 정부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라는 방향성만 놓고 본다면 변화하는 노동시장에서 미조직·미보호 노동계층을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양대 노총과 윤석열 정부의 ‘선명한 전선’을 보고 있자면 미조직·미보호 노동계층을 위한 대화는 차단되고 또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지금 노동개혁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추동할 주체인 노동운동은 이를 이끌어갈 확장성과 어젠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임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앞으로 남은 정부 4년을 시간을 ‘반정부 투쟁'의 일기토(일본어로 말을 탄 무사가 일대일로 싸우는 것)를 펼친 것인지, 노동조합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 불평등을 줄여 나가고 노동에 대한 시민적 권리를 넓히기 위해 한 발치라도 더 나아가기 위한 기획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청년유니온 위원장 (tjfrla3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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