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를 위해 초기업(산별)교섭 활성화와 단체협약 효력 확장을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입법 청원이 진행 중이지만 참여가 저조하다.

1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지난달 24일 시작한 국민동의청원 ‘초기업, 산별 교섭 활성화 입법청원에 관한 청원’ 건은 24일 종료를 앞둔 가운데 동의자는 10일 6시 기준 1만4천939명(29%)으로 목표치인 5만명에 크게 미달했다.

청원은 24일까지 5만명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관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로 회부되고, 이후 심사를 거쳐 채택 여부를 정한다. 환노위가 채택을 의결하면 본회의로 회부되며, 본회의 의결까지 마치면 정부로 이송돼 정부가 처리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입법청원이기 때문에 입법 절차가 뒤따를 전망이다.

확대 일로 비정규직 보호, 교섭권 보장부터

민주노총은 고용형태가 다양화하고 비정규직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초기업(산별)교섭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은 청원서에서 “근로기준법은 전체 사업장의 60%에 달하는 5명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고, 사용자가 하나로 정해지지 않거나 여러 사용자의 지배를 받는 특수고용·간접고용·플랫폼·일용직 같은 불안정 노동자가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하려면 초기업(산별)교섭 외에는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의 해법인 셈이다.

당초 민주노총은 1일 노동절을 맞아 청원을 독려할 계획이었다. 전국노동자대회 서울행사에서 민주노총은 집회에 앞서 국민동의청원 페이지로 연결되는 QR코드를 배포하면서 청원을 독려했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노동절 집회를 기점으로 청원을 독려했지만 건설노조 고 양회동 열사의 분신 사건으로 열사투쟁 국면으로 전환하면서 청원 독려가 불가피하게 후순위가 된 상황”이라며 “조만간 공문 시행 등을 통해 각 산별단위에 참여를 독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체교섭의 결과로 체결하는 단체협약은 단편적으로는 사업장 노사 간 의무와 권리에 대한 계약이지만, 넓게는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임금 수준 등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민간영역의 사회적 규범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 노조 조직률이 14.2%에 불과하고 단협 적용률은 15.6%에 그쳐 사회적 규범 밖에 놓인 노동자가 절대적으로 많다. 노조 조직률이 낮아도 단협 적용 범위가 넓은 해외와는 차이가 크다.

2019년 한국사회과학연구소 학술지 <동향과 전망>에 실린 ‘근로자의 결합노동시장 지위가 임금 분포에 미친 효과’ 논문에 따르면 노조 유무에 따른 평균임금 격차는 뚜렷하다. 당시 연구에 따르면 같은 중소규모 사업체에 근무하는 정규직이라도 노조가 있는 사업장 노동자는 월평균 421만9천원을 받는 반면, 무노조 사업장 정규직은 291만2천원에 그쳤다. 노조하기 어려운 비정형 노동자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초기업(산별)교섭을 확대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열악한 지역노동, 단협 효력 확장으로 강화

지역의 노동조건이 비교열위인 상황에서 초기업(산별)교섭 확대와 함께 추진하는 단협의 일반적 구속력 확대 적용은 지역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해법으로도 꼽힌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은 “수도권과 비교해 노동조건이 더 열악한 지역에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단협 적용 확대가 주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이 발간한 이슈페이퍼 ‘지역별 임금노동자 규모와 노동조건 변화’에 따르면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 간 노동조건은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지난해 기준 전국 월평균 임금은 286만원이다. 하지만 17개 광역시·도별로 살펴보면 세종(329만원)·서울(323만원)·울산(301만원)·대전충남(290만원)·경기(289만원)을 제외하고 모두 평균에 미달했다. 최저임금 미달률도 유사해서 전국 평균 15.5%보다 낮은 광역시·도는 대전(15%)·충북(14.1%)·경기(13.8%)·충남(13.4%)·서울(12.1%)·울산(11.2%)·세종(11.1%)뿐이다.

국민동의청원이 진행 중인 노조법 개정안 내용은 이런 열악한 지역의 노동조건을 단협으로 개선하기 위해 기존의 사문화한 지역적 구속력 조항을 단협 효력 확장 조항으로 고쳐 단협 적용률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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