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영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세상사가 다 유·무죄의 일도양단으로 갈릴 수 있다면 특별히 어려운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콩나물국을 끓이더라도 짠맛, 짭짤한 맛, 시원한 맛, 싱거운 맛, 맹물, 그리고 어느 중간의 독특한 맛들이 있고 딱히 정답이랄 것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이 만족할 수 있을 만한 어떤 적절한 정도가 있을 뿐이고,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간을 잘못했다고 꾸중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런 범위의 개념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법조인들이고, 특히 검찰이 그런 듯하다. 이들은 승패만 따지는데, 그 기준은 유죄-무죄, 인용-기각 이런 것들이다. 중간이 없다. 검찰은 기소해 놓고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 판결 이유가 아무리 합리적이고 타당하더라도 일단 불복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특히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피고인인 사건에서 검찰이 작은 혐의라도 무죄 판결에 항소하지 않는 경우는 여태까지 본 적이 없다.

지금 윤석열 정권은 법조인-검찰 정권의 최악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노사관계만 하더라도 대립과 투쟁의 한편으로 대화와 교섭을 통한 타협과 조정이 있는데, 이 검찰 정권은 자신의 편이 아니면 대화할 필요도 못 느낀다. 대화의 방법도 모르고, 오로지 내가 이기냐 네가 이기냐 이분법적으로 접근할 뿐으로 보인다.

경제, 정치, 외교, 안보, 시민안전, 정당들과의 관계 등 어느 하나도 잘하는 것이 없다. 보수언론이 열성으로 홍보해 줘도 잘하는 것처럼 보여지지 않으니, 때려야 할 상대를 만들어 내야 했고 그중 하나가 노동조합이 됐다. 노동조합에게 비판받을 면이 있더라도 그 비판은 국가기관이 아니라 시민과 조합원의 몫이다.

게다가 현 행정부의 노조탄압이 화물노동자 등 특수고용 노동자, 이주노동자, 건설노동자 등 취약노동자 공격에 치중해 있는 점을 보면 그들의 목표는 노동시장 약자 보호, 이중구조 개선 등 그들이 외쳐 왔던 정책 구호와 부합하지도 않는다. 불법·부당한 노사관행을 개선하겠다면서 노동조합의 회계 서류 비치 여부를 들여다보겠다거나, 노동조합 규약이나 조합원 징계에 개입하겠다고 하며 노동조합 감시에만 치중하고 있다. 그리고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중대재해로 고통받아 온 건설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단체교섭 과정을 트집 잡아 공갈죄라며 그야말로 대대적인 수사를 강행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업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고발하면 협박죄라고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속출하고 있는 것 자체가 건설현장 불법적인 관행이므로 이것을 단속하는 것이 정부의 본연의 역할인데, 이 역할을 수행해 온 노동조합을 도리어 협박범이라며 엄정 단속한다. 한편으로 올해 고용노동부는 노사부조리를 신고하라고 신고센터까지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사’의 부조리는 신고하지 말라는 듯하다.

이처럼 현 정권은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행태로 1년을 보내 왔다. 시종일관 자유를 말하다가도 법치주의를 강조한다. 법은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강하므로 두 개념은 대립적이다. 이 정권은 기업경영을 위해서는 문제 없는 법조차 개선하겠다고 하면서, 근로시간 제도, 산업안전보건법령, 파견 제도 등을 ‘선진화’하겠다며 주 69시간 허용, 산업안전상 규제 경감, 파견대상 업종 확대 등을 꾀하고 있다. 반대로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현행법을 엄정하게 적용하겠다고 하며 건설사업주들을 불러 ‘수사에 협력’하라고 겁박하기도 하고, 법이 부족하면 강화하겠다고도 한다.

결국 이 정권의 노동정책은 법을 고쳐서라도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법 집행으로, 기업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법 집행으로 기업의 경영 자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그 노동정책은 마지막 정치적 지지기반인 자본과 기득권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이므로 검찰 정권은 이를 고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검찰의 본성상 완전히 패배할 때까지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한 노동정책의 결과로 2023년 노동절애 건설노동자는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물러섬이 없는 무도한 정치권력에 대항하는 노동운동의 길도 하나밖에 남지 않게 됐다. 이 검찰 정권과는 남은 4년을 같이 살 수 없고, 내년 총선까지 기다릴 수 없을 만큼 절박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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