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가 지난달 6일 오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앞에서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기훈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1·2호 판결과 관련해 최근 한국경총이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과 사망사고 사이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와 중대재해 전문가들은 인과관계 논리를 법원이 충분히 판단했다며 재계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고 비판했다.

경영책임자 의무 위반과 사망재해 간
인과관계 불분명하다는 경총

경총은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판결 내용을 분석하는 전문가 회의를 열고 “경영책임자 의무 위반과 사망재해 간 인과관계 성립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달 6일 하청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기소된 원청 건설사 ‘온유파트너스’ 대표 A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1호 사건)을 선고했다. 이어 창원지법 마산지원은 같은달 26일 ‘한국제강’ 대표 B씨(2호 사건)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경총은 피고인의 ‘자백’으로 법리적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사업주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사망사고 발생 간 인과관계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는 논리를 꺼냈다. 나아가 수사기관이 하청업체의 안전조치를 원청 대표의 의무로 잘못 이해하고 기소했다고 지적했다. 원청 대표는 업무매뉴얼을 작성할 의무만 있을 뿐 하청노동자에 대한 의무이행 주체는 하청 대표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과도한 처벌 규정으로 인한 중한 처벌을 우려했다. 또 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주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경총 진단은 ‘왜곡된 해석’이라는 게 중대재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호 사건’의 경우 유해위험요인 확인 개선 업무 절차와 평가기준 마련 미이행은 작업계획서 미작성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 ‘2호 사건’ 역시 원청 대표의 평가기준 절차 마련과 점검 미이행이 사고를 불렀다.

경총 “피고인 ‘자백’에만 의존한 법리 검토”
중대재해 전문가 “인과관계 수사로 입증, 자백 없었으면 실형”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근거나 논리를 찾을 수 없다는 주장은 판결 내용을 왜곡한 평가”라고 지적했다. 문은영 변호사(법률사무소 문율) 역시 “두 사건 모두 인과관계가 수사로 충분히 드러나 피고인들이 양형 참작이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자백한 것”이라며 “마치 법리적으로 다투기 어려워 자백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일반인을 호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피고인이 자백했더라도 죄가 되지 않는다면 법관이 무죄를 선고할 수 있다”며 “자백했다고 해서 법리적 검토가 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고용노동부와 검찰이 경영책임자를 고문이라도 해서 자백을 했다는 것인가”라며 “경총 회의 전문가들은 ‘자백은 증거의 왕’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만약 1호 사건에서 대표가 자백을 하지 않았다면 실형이 나왔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중한 형량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권 변호사는 “1호 사건은 사실상 의무 부재 상태였는데도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2호 사건은 동종 사고가 반복됐는데도 법정 하한형이 선고됐다”며 “오히려 입법취지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변호사 또한 “이미 중대재해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결과 법이 제정됐는데, 경총의 지적은 판결에 대한 정당한 지적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선고형량이 구형량에 비해 낮은데도 마치 공소사실이 그대로 인정된 것처럼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에 형사처벌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전문가들은 안전조치 마련에 지원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문 변호사는 “정책적으로 지원할 문제지, 이미 발생한 사고에 대한 처벌에 대한 고려사항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권 변호사는 “50명 미만 기업이 중대산업재해 80%를 차지하는데, 대부분이 후진적인 사고”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위험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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