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이 근무시간 중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징계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HJ중공업은 과거 노조파괴 전문 ‘창조컨설팅’에 10억여원의 자문료 명목으로 10억3천400만원을 지급해 기업노조가 설립되는 등 장기간 노사갈등이 있었던 곳이다. 근무시간 중 집회 참석을 이유로 징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 차례 무단이탈 이유로 징계
사측 “근태불량 주의 줬다” 소송

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송각엽 부장판사)는 HJ중공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견책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소송은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HJ중공업지회 간부 A씨가 2021년 4월께 집회에 참석하면서 시작됐다. 당시는 한진중공업이 경영상 해고를 포함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던 시기였다. 한진중공업은 2021년 9월 동부건설컨소시엄에 인수됐다. 지회는 통상 집회 전날 참석인원과 조합활동 내용·일시 등을 회사에 통보하며 무급근태를 요청했고, 회사는 이를 처리해 왔다.

그런데 사측은 2020년부터 무급근태 처리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A씨가 근무시간 중 이탈로 두 차례 주의촉구를 받았는데도 다시 집회에 참석해 무단이탈했단 이유로 2021년 5월 견책처분을 내렸다. 최근 5년간 이뤄진 징계 95건 중 근무이탈을 사유로 징계한 것은 A씨를 포함해 3건에 불과했다. 인사위원회가 열린 것은 A씨가 처음이었다.

A씨와 지회는 견책처분이 부당징계이자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중노위가 지난해 1월 초심을 뒤집자 사측은 그해 3월 소송을 냈다.

사측은 “회사는 무단이탈한 직원에 대해 두 차례까지는 근태불량 주의촉구서를 발부하고 3차로 무단이탈하는 경우 견책처분을 하는 등 일관되게 근태관리를 하고 있다”며 “A씨는 두 차례 걸친 무단이탈로 근태불량 주의촉구를 받았음에도 집회 참석을 위해 회사 승인 없이 무단이탈해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항변했다. 사전에 주의촉구를 했기 때문에 부당노동행위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무단이탈 징계, 관행 따른 노조활동 위축”

법원은 부당징계와 부당노동행위를 모두 인정했다. 인사위원회 규정이 정한 ‘근무 중 상사 허가 없이 근무지를 무단이탈했을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지회의 무급근태 처리 요청을 회사가 수용하는 관행이 이어 왔다”며 “승인 없이 조합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절차가 진행된 바가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회사가 보낸 ‘근무지 이탈 자제 요청 건’ ‘조합원 무단이탈에 대한 업무처리 안내문’ 등은 일방적인 연락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지회는 관행에 따라 집회 사실을 알렸고, A씨도 현장관리자에게 알린 후 집회에 참석했다”며 “연차휴가 사용이 불가능한 A씨를 제외하고는 (집회에 참석한 다른 조합원들은) 모두 연차휴가를 사용했고, 집회 참석으로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방해됐다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지회의 무급근태 처리 요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회사는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는 경영권에 관한 집회이기 무급근태 처리 요청을 거부했다”며 “회사가 노조활동에 대해 자의적으로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지회 조합활동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A씨에 대한 징계는 노조간부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서 불이익 취급에 해당한다고 봤다.

A씨가 개인사정으로 휴가를 모두 소진해 3회 무단이탈로 징계가 예정됐다는 사실을 회사가 인지하고 있었던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회사로서는 집회 참석을 위한 무급근태 처리를 거부하고, 작업장 무단이탈을 사유로 A씨를 징계하는 경우 관행에 따라 이뤄지던 조합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도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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