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한 현대위아 비정규직을 기존 근무지와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전보 발령해 소 취하를 종용한 행위를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대제철을 비롯한 유사 사례로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13부(재판장 박정대 판사)는 지난달 20일 현대위아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중노위는 2021년 5월 현대위아 평택1·2공장에서 일하던 하청노동자가 불법파견 소 취하와 부제소 동의서 작성을 전제로 한 자회사 입사를 거부한 하청노동자를 울산공장으로 전보발령한 것은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자회사 택한 조합원 120명 노조 탈퇴하기도

사건은 2020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택공장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가 속한 협력업체들은 현대위아가 지분을 투자한 자회사 WHI 입사를 거부한 하청노동자에게 울산공장으로 출근하라고 통보했다. 금속노조 현대위아비정규직평택지회 조합원은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평택에서 울산으로 전보조치”한 것으로 보고 출근을 거부,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경기지노위는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중노위는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해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라고 봤다.

서울행법도 중노위의 판정이 옳다고 봤다. 서울행법은 “원고(현대위아)는 업무수행을 위해 참가인 근로자(지회 조합원)들을 포함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 일정과 방식 및 규칙 등을 정하고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직·간접적으로 지휘·감독하면서 지배력 내지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81조 1항4호에서 정한 부당노동행위 금지의무를 준수할 사용자”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현대위아가 자회사 WHI를 설립해 불법파견 소 취하자와 부제소 합의자만 신설 자회사에 고용승계, 평택공장에서 일하게 한 것을 부당노동행위란 취지로 판결했다. 서울행법은 “그로 인해 지회의 조직과 운영 및 조합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킨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과정에서 소 취하·부제소 합의서 작성을 선택한 지회 조합원 120명은 노조를 탈퇴하기도 했다.

현대제철도 적용될 수 있을까

소 취하와 부제소 합의서 작성을 종용하는 다른 불법파견 사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두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행정법원의 판결은 지역을 나누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에 불이익을 주고, 그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조합활동을 저해했기 때문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라며 “현대제철 경우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제철은 2022년 7월 자회사를 설립, 소 취하와 부제소 동의서를 작성한 하청노동자를 직접고용 했다. 이후 하청노동자의 업무와 원청·자회사 노동자의 업무를 분리하는 공정 재배치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 소속으로 남은 하청노동자에게 기피 공정을 떠넘기고 있다는 현장의 증언이 속출하고 있다. 기존 직무가 아닌 다른 기피 직무로 하청업체 노동자를 배치해 소 취하·부제소 동의서 작성을 종용한다는 의혹이 크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2021년 7월 대법원 판결에 이어 후속 판결에 따라 불법파견을 인정받아 현대위아로 직접 고용된 노동자 97명(1·2차 소송자)이 진행 중인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불법파견 기간 미지급 임금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울산공장으로 전보발령을 거부 출근하지 않았던 기간을 손해배상 기간 포함 여부가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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