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선원노련이 선원 감소에 따른 산업위기 대응과 산별노조 전환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다. 노동자들이 찾는 매력적인 일자리가 되도록 비과세 혜택 확대와 재해보상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이런 연맹 요구에 힘을 싣고자 58개 단위노조의 단합을 도모하고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준비한다. 두 마리 토끼 모두 지난 1월 당선한 박성용(63·사진) 위원장의 선거공약이다. 당선 확정 자리에서 그는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한 연맹을 바로잡고 화합·단결을 이루겠다”는 말을 첫 소감으로 내놨다. 위원장 선거 후 내부 갈등이 첨예했던 과거를 반복하지 말자는 얘기다. 박 위원장은 “선원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연맹이 앞장서야 하고, 이를 위해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노조 서울사무소에서 박 위원장을 만났다.

“선원 인력 지속적 배출 위해 매력적인 일자리로 만들어야”

- 선원 비과세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데.
“선원은 소득세법에 따라 근로소득의 일정 부분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선원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목적의 정부 정책이다. 업종에 따라 비과세 범위와 금액에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원양어선과 국외를 항행하는 선박에서 일하는 외항상선원·원양어선원·해외취업 선원은 월 300만원 이내 근로소득을 비과세한다. 국내항 내에서만 운항하는 내항상선원은 월 20만원 이내의 승선수당만 비과세 대상이다. 연근해어선에 승선하는 어선원은 월급여 210만원 이하인 선원만 연간 240만원 이내의 생산수당(시간외 근로수당 등)을 비과세한다. 올해 선원 최저임금이 월 248만7천640원이니까 사실 연근해어선원 중 비과세 혜택을 받는 이는 없다고 보면 된다. 연맹은 업종 구분 없이 선원 임금 전부에 대한 비과세를 요구하고 있다. 선원 인력을 지속해 배출하기 위한 유인책이라고 판단한다. 선사는 인건비 부담을 경감하고, 선원은 실질소득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논의하길 기대한다.”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최저임금 2배 이하의 소득을 비과세 범위로 정하고 모든 선원에게 적용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선원 비과세 필요성을 얘기했더니 개정안 발의로 화답했다. 매우 감사하다. 이 의원 개정안은 획기적이다. 국회를 통과하면 매년 인상되는 최저임금에 따라 선원 임금이 자동 상승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외항·내항·연근해어선원 모두에게 공동 적용된다는 점에서 노동조건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 염려스러운 것은 조세 감소를 우려하는 정부의 반발이 분명히 예견된다는 점이다. 연맹 의견을 하나로 모아서 선사와 정부를 설득하는 과정을 밟아나갈 계획이다.”

- 어선원 및 어선재해보상보험법(어선원재해보험법)에 따른 보호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위험에 대한 보상을 보장받기 위해 보험에 가입했는데, 막상 보험을 타려면 안 주려 하는 문제가 있다고 보편 된다. 선원의 재해보상은 선원법 적용을 받는다. 20톤 이상 연근해 어선에 승선하는 선원은 어선원재해보험법을 따른다. 선원법에 따른 재해보상 여부 심사와 조정은 선원 노동의 특수성을 고려해 해운항만청이 맡는다. 선원근로감독관이 나선다. 선원노동위원회에서 심사·중재하는 방식으로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된다. 어선원재해보험법에 따른 보상은 보험자인 수협중앙회가 요양급여 신청과 보상 여부를 결정한다. 재해 선원이 이의를 제기하면 심사청구와 결정을 수협중앙회가 다시 심사한다. 이런 재심사 청구 결정은 해양수산부 어선원재해보험심사위원회에서 맡는다. 그런데 위원회 위원은 공인노무사·변호사·어선원대표 등 선원노동자의 입장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 선원 노동의 전문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파다하다. 어선원재해보험법을 개정해 재해보상 심사를 선원법 규정에 따르도록 하자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경제·안보 핵심요원인 선원, 걸맞는 정부 대책 필요”

- 선원 노동 관련 정책 전반에 당사자 목소리가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에서 홀대받고 있다는 것은 우리 주장만이 아니라 사실이다. 해양수산부 주요 행정업무는 크게 해양·해운·수산·해운물류·해사안전·항만 등으로 분류돼 있다. 이 중 선원 행정은 선원정책과 1곳이 전담하고 있다. 7만 선원노동자에 대한 교육과 훈련, 근로감독, 선원노동위원회 업무, 선원복지 등 행정업무를 포괄하고 있다.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고 전문성과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적어도 해양수산부는 각 과에 흩어져 있는 선원 관련 업무를 통합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선원국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선원이 국가 경제와 안보를 위한 핵심요원이라는 정부 말이 빛 좋은 개살구에만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는 위험하고 고립된 해상노동의 특수성을 감내하고 있는 선원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양성하는 종합적인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 요구가 절박하게 들린다.
“선원노동자의 존망이 걸린 시기다. 당장의 임금인상 등 노동조건 개선도 중요하지만 선원 자체가 부족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선원으로 올 사람도 덩달아 앞으로 지속해 하락할 것이다. 선원으로 유입할 수 있도록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정부와 선사는 아무 계획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노조로서는 노동조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체로 육상 경기가 좋으면 배에 타려는 선원이 줄고, 경기가 악화하면 배를 타는 경향이 있다. 선원 일자리를 질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과세, 재해보상 개선 등을 말하는 까닭이다.”

“선상투표제 도입에 13년 걸려 ... 산별노조 전환도 끈질기게 추진해 반드시 성공할 것”

- 여객선 승무원이 겪는 폭언·폭행과 감정노동이 심각하다며 관련 대책을 강조하고 있는데.
“항공기는 기내 폭력 문제를 철저하게 관리한다. 배도 항공기와 다를 바 없는 조건이다. 오히려 더 오랜 시간 승선하면서 승무원과 고객의 대면 시간이 길기 때문에 폭력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항공기 대책보다 더 강화해도 모자랄 판이다. 국제여객선 안에 감정노동자 보호 필요성을 각 나라 언어로 적은 포스터를 게재한 적이 있다. 승무원들이 무척 좋아했다. 그만큼 절박하다. 승무원에게 해당하는 고객응대 노동자 보호대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 연맹 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산별추진위원회 상설 기구화를 공약했다.
“선원노조는 원래 하나였다. 전두환 정권이 노조 힘을 빼기 위해 기업별 노조로 갈라 버렸다. 노동자는 뭉치면 강하고 흩어지면 약하다. 국제운수노련(ITF) 회의에 참석하면 연맹 체제로 운영되는 곳은 우리 선원노련뿐이다. 원래 모습 그대로의 산별로 복원해야 한다. 오랜 세월 단위 사업장 노조 체제로 고착화돼 전환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노조 대표자들이 조율하고 의견을 모아가면서 추진하려 한다. 산별추진위는 10여년 전부터 설치돼 있었지만 사실상 가동하지 않았다. 이번 달부터 상설화하고, 회의를 자주 열어 대표자들과 의견을 모아가려 한다. 선상투표제 도입하는 데 13년이 걸렸다. 산별노조도 끈질기게 추진하면 반드시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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