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혁명적이던 만큼 민족적이고, 민족적이던 만큼 민중적인 이재유 선생의 실천과 투쟁을 되새기면서, 민족문제와 계급문제를 통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선생이 목숨 바쳐 이루고자 했던 노동해방, 조국해방 정신, 그 치열했던 투쟁정신을 기리고, 진실로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일제강점기 항일혁명가이자 노동운동가였던 이재유 선생 기념사업회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의정원홀에서 공식 출범했다.

“민족·계급문제 통일적으로 해결 위해 노력”

노동자 투쟁을 중심으로 민족해방 투쟁을 이끈 이재유 선생은 ‘당대 최고의 혁명가’ 또는 ‘1930년대 좌익운동의 신화’라는 찬사를 받는 인물이다. 노동현장을 기반으로 한 경성트로이카를 결성해 활동하다가 체포와 탈출, 다시 체포되는 등 신출귀몰하게 투쟁하다가 광복 10개월을 남긴 1944년 10월 40세의 나이로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사했다. 이날 출범식이 열린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인근에 선생이 옥사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위치해 있다.

출범식에는 박중기 추모연대 이사장,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 권영길·단병호·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 남상헌·박순희 민주노총 지도위원, 최순영·홍희덕 전 민주노동당 의원,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명예의장, 이덕우 전태일재단 이사장, 배성동 학암이관술기념사업회 공동대표, 고 김금수 선생 유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박중기 이사장은 축사에서 “이재유 선생이 일제에 비타협 투쟁을 했듯이 우리도 권력과 자본에 맞서 거침없이 싸우고, 그가 민족과 계급문제를 결합해 항일투쟁을 했듯 우리도 분단상황에서 외세에 맞서 통일운동에 나서야 한다”며 “기념사업회가 이제 막 떠오른 이재유 선생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작업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덕우 이사장은 “이재유 선생과 전태일 열사의 세월은 달랐지만 그들의 곁에는 제사공장의 여공과 봉제공장의 어린 시다가 있었다”며 “더불어 잘 살자는 이재유와 전태일의 뜻에 우리가 힘과 지혜를 모아 세상을 바꾸는 데 노력하자”고 전했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노동운동하는 사람은 다 안다는 경성트로이카 핵심인 이재유 선생의 이름을 들으면 전율이 일어난다”며 “선배들이 만들어준 세상에서 운동하고 있지만 우리가 거침없이 계급해방, 노동해방, 민족해방을 위해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반성하면서 각오와 결의를 다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기념사업회는 이날 창립총회에서 최승회 기념사업회 준비위원장을 이사장으로 선임하는 등 임원선출을 마쳤다. 기념사업회는 앞으로 추모사업과 기념관 건립, 조직확대, 교육사업 등 이재유 선생을 알리고 계승하기 위한 사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참석자들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날이 갈수록 엄혹해지는 시기, 선배 혁명가들의 고뇌에 찬 실천 속에서 미래를 여는 열쇠를 찾고자 한다”며 “대중과 함께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이재유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진정한 민중 세상’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노동해방의 바윗물, 김금수” 묘비 제막식

연윤정 기자
▲ 연윤정 기자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고 김금수 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 겸 세계노동운동사연구회 상임고문의 묘비 제막식이 마석 모란공원에서 거행됐다. 김금수 선생은 <세계노동운동사> 전 6권을 집필하고 학습모임을 주도하면서 가장 먼저 이재유 선생에 주목하고 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를 만들었지만 끝내 출범식을 보지 못하고 지난해 10월 별세했다.

묘비 전면에는 김금수 선생의 친구이자 동지인 박중기 이사장이 쓴 “노동해방의 바윗물, 김금수”와 김금수 선생의 사상이 집약된 문구인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은 인간 조건의 실현을 목표로 한 참여적 사회주의다”를 옛 동지였던 오병철 서예가가 써서 새겼다. 묘비 뒷면은 노동운동과 통일운동에 헌신해 온 김금수 선생의 약력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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