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대통령실>
▲ 자료사진 <대통령실>

이번에도 ‘알맹이’는 없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러시아와 중국과 등을 지면서 안보 리스크는 높아진 반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실질적인 확장억제 강화를 담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관련 우리 기업에 대한 미국의 규제 문제도 실익이 없었다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국빈방문 사흘째인 26일(현지 시각) 오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골자로 하는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북중러 vs 한미일’ 갈등구도 고착화

워싱턴 선언의 핵심은 NCG 창설이다. 핵과 전략무기 운영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의 첨단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결합한 공동작전을 함께 기획·실행하기 위한 방안을 정기적으로 협의하고, 그 결과를 양 정상에게 보고하는 내용이다.

기존 핵우산에 기초한 확장억제와는 다른 새로운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존에) 미국이 핵자산에 관한 정보와 기획, 실행을 공유·논의한 적이 없기에 이것은 새로운 확장억제 방안”이라며 “그렇기에 더욱 강력하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확장억제는 어떤 단계를 취하든지 협력한다는 뜻”이라며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핵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주재시키지는 않을 것”라며 “가까운 곳으로 핵잠수함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핵무장에는 동의하지 않되, 핵잠수함 배치로 불안감을 잠재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와 대만도 언급했다. 양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규탄함에 있어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한다”며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이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이 방미 전 인터뷰에서 이미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시사하는 의미를 간과하기 어렵다. 양 정상은 이와 함께 공동성명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북중러 대 한미일 갈등구도가 더 명확해진 것으로 보인다.

야당 “빈 수레만 요란한 미국 국빈방문”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문제가 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칩스법)에 대해 양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동 법이 기업활동에 있어 예측가능성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상호 호혜적인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요구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오히려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측 기자가 “중국에서의 칩 제조를 제한하는 것이 한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중국과의 경쟁 때문에 한국이라는 동맹이 피해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것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며 “우리는 반도체에 대한 공급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야당은 “빈손 외교”라고 혹평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정부·여당이 성과를 말하려면 말의 성찬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확실하게 지켜 낸 결과물을 보여줘야 했다”며 “한미정상회담으로 우리가 짊어져야 할 부담은 명확한데 받아낸 것은 모호하고 불명확하다”고 평가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동맹국의 신뢰를 흔드는 도·감청에 대해서는 ‘도’자도 못 꺼냈고, IRA·반도체법 등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한국의 실리외교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며 “빈 수레 요란한 미국 국빈방문에 한국 외교당국의 굴욕 선언, 무능 선언, 평화 포기 선언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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