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최근 법원이 제조업 불법파견 판단에서 1차 하청과 2·3차 하청을 구분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2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지난해 10월 간접공정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에서 파기환송된 2차 하청 ‘서열·불출’ 업무에 대해 사용자쪽이 25일 준비서면을 제출하면서 “불법파견이 아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사쪽은 “도급의 기준 및 외주화 한계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달라”는 요구를 같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 “제조업 아웃소싱 파견 기준 정해 달라”

사용자쪽은 준비서면에서 “자동차 제조업계의 아웃소싱을 둘러싼 법적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공장 내 근로자는 모두 파견에 해당하는지, 생산라인 근처에서 일하면 모두 파견으로 인정해야 하는지, 정직원이 하던 일은 아웃소싱하면 파견에 해당하는지 한계 및 기준을 설정해줄 필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2017년 현대차와 기아자동차 사내하청노동자가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중 일부 원고에 대한 파기환송심이다. 대법원을 비롯한 하급심은 직접·간접공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원청이 하청노동자에게 구체적 작업을 지시·감독했다며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다만 소송제기자 가운데 2차 하청의 서열·불출 업무를 수행한 노동자는 파기했다. 이들은 현대글로비스 등으로부터 부품조달계약을 체결한 업체에 고용돼 현대차 울산공장에 상주하면서 현대차가 정한 순서와 시간에 따라 부품을 운반해 컨베이어벨트 인근까지 배달하는 일을 했다. 이 업무는 원래 현대차의 1차 협력사가 하던 업무와 유사하다.

앞선 하급심 판결은 이런 경우 대부분 불법파견으로 인정했다. 2010년 서울중앙지법은 2·3차 하청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현대차가 현대글로비스가 지휘·명령 같은 업무수행에 관여하지 않았고 현대차가 직접 지휘·명령을 했으므로 계약 체결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쉽게 회피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후 2017년 서울고법은 또 다른 판결에서 현대차가 사양일람표, 사양식별표, 작업표준서, 서열모니터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작업을 지시해 사용사업주라고 판결했다. 유사한 판결은 2020년까지 이어졌다.

2021년부터 “도급 맞다” 근로자지위 불인정 추세

그러나 2021년 서울중앙지법은 부품사가 수행하던 업무로 분리 도급이 가능한 업무라는 점과 울산공장 내부에서 토우 모터를 이용한 운송작업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현대차의 지휘·감독을 받는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2차 부품물류회사는 설립 목적 자체가 부품 물류 공정 또는 부품 생산 공급업으로 현대차와의 도급계약 내용에 부합한다며 불법파견으로 보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이런 경향성이 나타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파견대상 확대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미래지향적 노동법제를 마련해야 한다며 파견제도 전반의 개선을 추가 주요과제로 제안했다.

정기호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사용자쪽 주장은 그간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새로운 쟁점은 아니다”며 “다만 법원이 1차와 2·3차 하청을 갈라 공장 내 불법파견 관련 새 기준을 마련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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