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수 공노총 대외협력특별위원장(국공노 위원장)

5월1일 노동절(May day). 전 세계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의 날. 한국의 공무원 노동자는 매년 애타게 구조신호(메이데이, Mayday)를 보내고 있다.

노동절은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이다. 그러나 공휴일에 관한 법률(공휴일법)이나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관공서공휴일규정)에는 노동절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공무원 노동자는 노동절에도 노동을 이어 간다. 다른 노동자들이 노동절에 쉬는 현실과 반대로 어린 자녀를 둔 공무원은 어린이집 등이 휴무해 발생하는 육아 공백을 어떻게 해결할지 매년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무원의 노동조건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 지위라는 점과 직무의 공공성을 고려해야 하고, 복무규정 등에서 민간과 달리 토요일 휴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절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불평등이 아니라는 이유로 올해도 공무원 노동자는 노동을 계속한다.

하지만 2018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일요일을 제외한 공휴일 및 대체공휴일을 법정유급휴일로 인정하고 있다. ‘공무원이 유급휴일이 더 많으므로 노동절은 보장받을 필요가 없다’는 논리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게 됐다.

오히려 공무원 노동자는 ‘토요일 휴무’ ‘12시~1시 점심시간’ 등 복무규정에 원칙으로 명시된 조항조차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언론에서 많이 회자가 됐다. 주말에 지역축제 현장에 반강제로 동원됐는데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일선 공무원들의 현실. 복무규정에 점심시간이라고 명시가 돼 있는데도 점심시간도 희생을 강요당하는 현실. ‘필요한 경우 ~할 수 있다’는 단서로 휴일도, 점심시간도 보장받지 못한 채 ‘5분 대기조’가 된다.

공무원 사회는 ‘단서’가 ‘원칙’처럼 움직이는 비정상적인 사회다. 보수는 고물가 시대를 역행하고 있고, 노동환경은 시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고 점점 더 열악해진다. 21세기 대한민국 공무원 사회야말로 ‘노동절’의 참된 가치를 되돌아봐야 하는 현장이 아닐까?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헌법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때문에 공무원이 노동절 유급휴일을 보장받지 못하고 기념행사나 집회에 참석하지 못해 평등권과 단결권, 집회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소수의견은 직무의 공공성이 높은데도 노동조건 법정주의, 예산의 한계 등으로 노동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수단이 민간에 비해 다양하지 않은 공무원 사회를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했다. 노동절 유급휴일 보장을 통해 공무원의 더 나은 직무수행이 이뤄지고 국민 전체의 공공복리가 증진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의 시각은 이와 다른 것 같다. 정부는 2008년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절 등을 포함해 공무원의 휴식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고 공무원 노동자와 약속했으나, 수년째 손을 놓고 있다. 손을 놓고 있다기보단 그냥 무관심하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국회도 정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2020년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과 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1년 안호영 민주당 의원이 각각 노동절을 공휴일로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국회에 수년째 계류 중이다. 정부와 국회는 공무원 노동자의 처우개선은 단 하나도 신경을 안 쓰면서, 공무원 노동자를 총알받이로 내세우고 희생을 강요하는 데에는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공무원이니깐’ ‘공무원이잖아’ 등 그저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희생을 강요받는 시대는 갔다. 공무원은 ‘국민의 봉사자다. 그러니 공무원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다’라는 식의 반노동적 사고방식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120만 공무원도 노동의 대가로 수입에 의존해 생활하는 엄연한 ‘노동자’다. 공무원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 계층도 아니다. 그저 대한민국의 순수한 노동자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 5월1일, 전국 방방곡곡에서 공무원 노동자들의 필사적 구조신호가 들리지 않는가? 이제 국회와 정부가 응답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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