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올리비에 두솝(사진 왼쪽) 프랑스 노동부 장관과 질베르 웅보(오른쪽)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이 프랑스 정부의 협약 190호 비준서에 서명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9년 국제노동기구(ILO)의 연차 세계총회인 국제노동대회에서 채택된 ‘폭력 및 괴롭힘에 관한 협약 190호’ 비준서를 지난 12일 ILO 사무총장에게 기탁했다. 비준서를 기탁함으로써 프랑스는 187개 ILO 회원국 중에서 협약 190호를 비준한 27번째 국가이자 유럽연합에서는 5번째 국가가 됐다.

직장내 폭력과 괴롭힘을 다루는 최초의 국제노동기준인 협약 190호는 권고 206호와 함께 짝을 이룬다. ILO는 노사정 3자의 행동을 위한 공통된 틀과 사회정의에 기반한 일의 미래를 형성할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이 협약은 모든 사람이 폭력과 괴롭힘이 없는 ‘일의 세계’(a world of work)를 가질 권리가 있다고 천명한다. 성별에 기반한 폭력을 비롯한 일의 세계에서 폭력과 괴롭힘을 “신체·심리·성적 또는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행동 및 관행”으로 규정한다. 협약은 훈련생이나 견습생은 물론 사용자의 권한, 의무 또는 책임을 행사하는 개인까지 일의 세계에 연관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그리고 공식경제와 비공식경제, 도시지역과 농촌지역,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모두 해당한다.

협약은 비준한 회원국과 대표 노사단체가 협의해 예방·보호 조치, 집행·구제를 통해 폭력과 괴롭힘 예방·근절을 위한 포용적이고 통합적이며 성인지적 접근 방식을 채택할 것을 요구한다. 여기에는 지도·교육·인식 제고도 포함된다. ILO는 협약 190호와 짝을 이루는 권고 206호가 노사정 합의를 통해 채택한 점을 상기하면서 “사회적 대화와 삼자주의의 지속적인 가치와 힘에 대한 가시적 증거”라고 평가했다.

ILO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비준서 기탁식에서 올리비에 두솝(Olivier Dussopt) 프랑스 노동부 장관은 협약 190호는 모든 형태의 폭력과 괴롭힘을 제거하려는 목적을 가진 최초의 글로벌 기준으로 이번 비준은 프랑스의 노동법과 노동자, 특히 여성의 삶에 결정적인 순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두솝 장관은 프랑스가 이 협약을 채택하는데 원동력의 역할을 했음을 강조하면서 모든 ILO 회원국이 비준할 것을 촉구했다.

협약 190호 비준서를 접수하면서 질베르 웅보(Gilbert F. Houngbo) ILO 사무총장은 프랑스가 폭력과 괴롭힘에 대한 협약 190호와 권고 206호를 채택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추켜 세웠다. 응보 총장은 “협약 190호를 비준해 프랑스는 폭력과 괴롭힘이 없고 모두를 위한 존엄과 존중을 바탕으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일의 세계를 만들겠다는 ILO의 약속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2021년 11월 8일 프랑스 국회는 ILO 협약 190호의 비준을 승인했다. 프랑스는 이번에 협약 190호를 비준함으로써 ILO 협약 190개 가운데 129개 협약(기본협약 9개, 우선협약 4개, 기술협약 116개)을 비준하게 되었다.

프랑스의 비준으로 2019년 6월 채택 이후 지금까지 협약 190호를 비준한 나라는 모두 27개국으로 늘었다. 2020년 우루과이, 나미비아, 피지 등 3개국이 비준했고, 2021년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그리스,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7개국이 비준했다. 그리고 2022년 영국, 스페인, 멕시코, 나이지리아, 페루 등 13개국이 비준했다. 올해 들어 프랑스를 비롯해 캐나다, 아일랜드, 레소토 등 4개국이 비준했다.

협약 190호 비준과 관련해 노동총동맹(CGT)을 비롯한 프랑스 노동계는 2021년 11월 국회가 승인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이제야 프랑스 정부가 비준한 것에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이번 비준이 연금제도 개악에 반대하는 대중시위 와중에 이뤄진 사실을 꼬집었다. 프랑스 노동계는 협약 190호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사용자에 대한 의무 교육을 강화하고, 예방책 마련을 위한 단체교섭에 나서지 않는 사용자를 처벌하며, 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책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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