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법률구조공단 홈페이지 갈무리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들도 집회에 참석하는 등 집단행동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단 변호사의 지위나 직무 성격은 국가공무원과 달라 집단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사장 퇴진 집회 참석 ‘불문경고’ 징계

1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 A씨 등 12명이 공단을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법률구조공단 변호사 노조 위원장은 2019년 4월8일 ‘법률구조공단 정상화를 위한 노동자 대회’ 개최를 신고했다. 그러자 조상희 당시 이사장은 “집회 참석은 단체협약과 쟁의절차에 위배돼 불법”이라며 집단행동 금지를 지시했다. 하지만 노조에 가입한 공단 지부장과 변호사들은 이틀 뒤 연차나 조퇴를 사용해 집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육아휴직자 복직 강요, 재계약 거부 웬 말인가”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이사장 퇴임을 요구하는 구호를 제창했다. 공단측은 이를 징계사유로 삼았다.

지부장들이 2019년 ‘직원근무평정’을 이행하지 않은 부분도 징계 목록에 포함됐다. 이들은 그해 7월 근무평정권을 고객 지원부장에게 넘기는 내용의 직원근무평정 규정 개정안에 반발했다. 이후 이사장과 두 차례 면담 끝에 직원근무평정 개선 약속을 받은 뒤 직원근무평정 업무를 마쳤다.

공단은 이러한 점을 근거로 2019년 8월 ‘불문경고’의 징계를 내렸다. 공단의 변호사 복무규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복무규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태만한 때’ 징계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A씨 등은 재심 청구가 기각되자 2019년 11월 소송을 냈다. 이들은 “집회 참가를 금지하는 이사장 지시는 정당한 직무상 명령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직무상 명령 위반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사장의 집회참석 금지명령은 원고들의 직무범위 내에 속하지 않는 사항에 관한 것으로 복종의무를 발생시키는 직무상 명령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근무평정 지연’에 대한 징계사유도 인정하지 않았다. 근무평정기간 안에 지부장들이 근무평정을 시행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국가공무원법 적용, 지나친 권리 제한”

반면 항소심은 변호사들이 국가공무원법상 경력직 공무원이므로 징계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만 65세의 정년이 보장되고, 기본급이 검사 봉급표를 준용해 지급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변호사들이 소속 변호사 지위에 관해 요구하면서 이사장의 정책을 반대하고 해임을 촉구한 것은 ‘직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동’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근무평정 지연’도 3차 기한까지 지부장들이 근무평정을 지체해 공단의 업무가 방해됐다며 징계사유를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다시 뒤집었다. 변호사들의 직무 성격을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는 국가공무원과 같은 정도로 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을 적용할 때는 공무원으로 본다’는 법률구조법(32조) 규정을 근거로 삼은 공단측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이 규정을 근거로 변호사들에게 국가공무원법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구체적인 법적 지위에 대한 고려 없이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원고들이 이사장 직무상 명령을 어기고 집회에 참여했다고 해서 원고들에게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징계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근무평정 지연’ 징계 역시 직무 태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공단측이 직원근무평정 기간을 네 번째로 연장해 근무평정 지체를 양해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직원근무평정 지체로 공단 업무가 방해되는 결과가 발생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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