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총선이 1년이나 남았는데 언론은 벌써부터 난리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35살 청년 국회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그 이유와 이후 행보가 신선했다. 소방관 출신 최초의 국회의원이었던 그는 지난 3년 동안 대형 화재 피해를 줄이는 소방시설법 전부 개정과 화재예방법·화재조사법 제정에 이어 소방관이 각종 질병과 부상당했을 때 국가가 앞장서 보호하는 소방관공상추정법 개정, 반복되는 대형화재의 주원인인 가연성 건축 자재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건축법을 개정하는 등 성과를 냈지만 잇따른 소방관의 순직을 막는 데 한계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만 언론과 함께 잠시 호들갑을 떨었지만 문제의 근원을 없애는 게 지금 같은 정치 구조에선 힘들다는 걸 깨달았는가 보다. 그는 대책은 늘 한발 늦었다고 했다. 깨달음은 오 의원만의 몫인 듯하다.

오 의원은 불출마 이후 행보에서 그는 자신의 진정성을 제대로 드러냈다. 소방관 출신인 그는 이제 다시 소방공무원 수험생 신분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인지.

교수나 있는 사람들은 국회의원이나 장관, 청와대 수석을 지내고도 손쉽게 교수나 원래 직업으로 잘도 돌아가는데 소방관은 그 흔한 공직출마에 따른 휴직 규정조차 없는 모양이다. 만 35살인 그가 다시 소방관이 되려면 5년 안에 다시 시험에 붙여야 한다. 만 40살이 소방공무원 채용 상한이니.

오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보면서 왜 부끄러움은 국민 몫인지 모르겠다. 불신과 분노만 부추기며 우리 정치를 늘 후퇴시키는 수많은 정치인과 정치지망생은 누구 하나 불출마 선언하지 않는다. 그들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언론은 이 청년 정치인의 의미심장한 불출마 선언을 놓고 또 편가르기에 여념이 없다. 오 의원 불출마 선언을 한겨레는 지난 11일 5면에 2단 기사로 ‘초선 오영환 내년 총선 불출마, 민주당 인적쇄신 도미노 될까’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같은 날 2면 머리기사에 ‘친낙 오영환 불출마 … 친명은 지역구 사냥’이란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오 의원 불출마 소식을 이낙연계와 이재명계의 갈등 구조로 몰아갔다. 뭐든 편 가르고 싸움 부추기는 게 언론의 제 역할인 양 아주 신이 났다.

4월5일 치러진 재보궐선거 결과를 놓고도 정치부 기자는 신났다. 정파 신문답게 아전인수식 해석도 다양하다. 이런 가운데 울산교육감 선거 결과만큼은 진보, 보수언론 모두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천창수 울산교육감 당선자가 고 노옥희 교육감의 배우자인 탓도 있지만, 그가 걸어온 교육자의 길이 어디 하나 트집 잡기 어려워서다.

하지만 천창수 교육감 당선 보도도 아쉬움은 남는다. 지난 6일 새벽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천창수 후보는 당선이 확정되자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꽃다발을 받고 당선 소감을 발표했다. 연합뉴스는 6일 새벽 0시51분에 이 장면을 사진으로 송고했다. 그러나 사진 설명엔 여러 군데 오탈자를 냈다. 연합뉴스는 “천창수 후보가 (중략) 당선이 확실시되자 고 노옥희 울산교육감의 동생인 노덕현씨와 함게 환호하고 있다. 천 후보는 노 교육감의 배우자다”라고 사진 설명을 달았다. 연합뉴스는 ‘함게’라는 단순 오자와 함께 고 노옥희 선생의 동생 이름도 틀렸다. ‘노덕현’이 아니라 ‘노득현’이 맞다. 한겨레는 7일 5면에 이 사진을 실으면서 연합뉴스가 실수한 ‘함게’를 ‘함께’로, ‘노 교육감’을 ‘노 전 교육감’으로 바로잡았다.

그러나 연합도 한겨레도 고 노옥희 전 교육감의 동생이 ‘노덕현’이 아니라 ‘노득현’인 건 확인조차 안 했다. ‘노득현’은 80~90년대 부산에서 노동운동 했으면 누구나 알 만한 이름이다. 요즘 기자들은 취재원 이름 틀리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 줄 모른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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