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최근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구직자들은 합격한 여러 직장을 옮겨다니는 등 취업시장에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철새구직자''취업귀족'으로 불리는 이들은 합격사실을 숨긴 채 다른 회사에도 응시해 불합격한 구직자들의 일자리마저 뺏고 있다. 특히 회사로서는 연수기간이나 1년 내 퇴직하는 이들 철새합격자 때문에 신입사원을 다시 선발하는 등 구인비용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대졸자 39명을 뽑았으나 1명은 합격 직후입사를 취소했고 8명은 1년도 안돼 퇴직해 현재 30명이 남은 상태다. 신세계측에 따르면 합격 후 퇴직한 이들은 다른 직장으로 옮겼거나 대학원 등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졸자 150여명을 채용했던 대상그룹도 교육기간동안 20명이 회사를 떠나 현재는 130명만 남은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하반기 150여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뽑기로 했으나 면접과 신체검사 과정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30% 이상은 차점자로 선발했다. 50여명이 신체검사장에 나오지 않아 일부는 차점자로 선발하고 다른 분야는 채용인원을 대폭 축소해야 했다.

문제는 보다 좋은 직장을 찾으려는 구직자들의 이 같은 철새 기질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보다 큰 경쟁력을 갖추거나 입사 포기를 예상해 더 많이 뽑아두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헌 대상그룹 인사과장은 "당초 합격시킬 때 일정 수의 퇴직자를 예상해 좀더 많이 뽑는다"며 "심각한 취업난 속에 보다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다른 곳에 지원하는 것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의 이민희 팀장은 "합격 후 입사취소율이 10~15%에 달한다"며 "좋은 직장을 찾아다니는 철새 구직자를 막을 수는 없지만 이로 인해 기업들의 채용비용도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취업하는 사람 처지에서는 이런 현상을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 지난해 말 신도리코에 입사했다가 삼성전자에도 합격, 자리를 옮긴 S씨(29)는 "솔직히 처음 들어가는 회사가 과연 적성에 맞는지 그리고 회사의 경영상태와 기업문화를 모두 알 수가 없어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각 회사들도 자기 회사의 약점을 미리 이야기해 주지 않고, 또 취업자가 더 나은 곳을 찾아나서는 것을 무조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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