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의 지휘·감독을 받고 일해 왔다면 종교인인 사찰 스님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중노위는 9일 이런 내용을 담은 판정문을 공개했다. 서울 한 사찰에서 부주지 스님으로 일한 ㄱ씨가 사찰을 운영해 온 A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본 초심 판정을 뒤집고 노동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중노위는 “(부지주 스님이 행한 업무들이) 개인의 종교적 수양에 기여하는 부분이 일부 있다고 해도 그런 업무들은 기본적으로 재단의 지휘·감독 하에서 사찰을 운영하기 위한 근로제공”이라며 “이를 가리켜 개인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종교적 수양 또는 수행행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1989년 10월 승려가 된 ㄱ씨는 A사찰에서 2021년 1월부터 부주지 스님으로 일했다. 문제는 재단이 지난해 4월 서울시 한 지방자치단체에 사찰을 양도하고 A씨가 현수막을 걸고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재단은 그해 6월10일 ㄱ씨에 해임을 통보했다. 재단의 퇴거명령 불응과 욕설 등으로 스님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다. ㄱ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재단측은 “ㄱ씨가 한 예불, 축원 등은 불가에 귀의한 종교인으로서 마땅히 수행하는 일로, 정해진 업무·근무시간·장소도 없어 근로자가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중노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찰의 부주지로 임명돼 기도법회의 안내문 발송·기도문 작성·지출결의서·물품구입·시설관리·직원채용 등 행정업무를 수행하고 이를 재단에 일일보고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재단에서 매월 300만원의 정기적·고정적 금원을 받은 점, 재단이 사찰 소속 구성원에 대한 지휘·감독을 한 점을 근거로 봤다.

중노위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재단의 해임통보는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한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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