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노동자의 산업재해가 해마다 늘고 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우리나라 철도노동자가 업무와 관련해 사망하는 숫자는 91년이후 총 298명으로 연 평균 28명이며, 지난해는 그보다 많은 31명이 철로 위에서 숨졌다.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 시시각각 재해의 위협에 맞서고 있는 철도노동자들의 근무 현장을 가본다.


“빠~아~앙! ” 멀찌감치 서 기차가 보였다.
“열차! ” “열차!” 두 사람이 잇따라 외치며, 철길 바깥쪽으로 튀어나가 한강철교 난간쪽의 점검선에 바짝 붙었다.
“쉬이이익! 철커덕! ”하는 소리를 거칠게 내며, 거대한 철마가 순식간에 다가왔다가 멀어졌다.

그 잠깐 사이 열차가 겨울 한강 위에서 일으키는 차갑고 거센 회오리에 두사람이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열차가 지나가자 두 사람은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철길로 들어가 고압선이며, 전주, 애자, 보호덮개 등을 살폈다.

24일 순회 근무중이던 전기원 윤아무개(34)씨와 이아무개(29)는 “철도청에서 근무하는 동안 하루도 사고의 위험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시속100㎞가 넘는 철마는 하루에도 수십 차례 앞뒤에서 무심한 얼굴로 그들을 향해 달려오기 때문이다.

“순회 근무 때는 철길 위로 걸어다녀야 시설을 제대로 점검할 수 있어요. 그러다 열차가 오면 재빨리 알아채고 피해야죠. 못 피하면, … 그냥 가는 거죠. 그래서 철길은 그 자체가 생사의 갈림길이예요. ”

게다가 인력감축으로 이들의 노동시간은 더 늘고 노동강도는 높아졌다. 한국철도 노동자의 45%가 해당하는 `1주야 맞교대' 근무자들의 2001년 1주 평균노동시간은 62.1시간, 1달 270시간, 1년 3240시간에 이른다. 이것은 세계최장이라는 한국 노동자의 1주 평균 노동시간인 47.5시간보다도 15시간 이상 많은 것이다.

이런 장시간 노동 뒤에는 1994~2001년 사이 이뤄진 4835명의 인력감축이 있다. 철도청은 94~96년 605명, 97년에는 1142명을 줄였으나, 현 정부의 구조조정이 시작된 98년에는 한 해 동안만 2658명을 감축했다. . 특히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시설관리(선로 등 보수·유지)의 경우 3560명에서 2458명으로 무려 1102명(30.9%)을 줄였다. 시설관리쪽의 한 반장은 “인력감축 뒤에 평균 8~10명이던 한 조가 5~7명으로 줄었어요. 일손이 부족해지니 선로작업 때 열차 감시원을 따로 둘 수 없고, 결국사고가 많아지는 거죠”라고 말했다.

이 결과 2000년 22명이던 산재 사망 사고가 지난해에는 31명으로 늘었다. 역시 선로작업과 순회 사고가 10명으로 가장 많고, 역안 이동 사고는 2명, 감전사 1명등이었다. 조사자들의 피로누적이 사고 증가의 원인일 것이란 게 노조쪽의 주장이다.

철도노조의 이종열 선전홍보국장은 “사람이 자꾸 죽어 철도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도대체 인력감축과 사영화의 목적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이대로라면 철도산업 자체가 파탄나고 대형 철도사고로 이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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