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소영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에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인정될 경우 사용자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이행해야 한다. 부당해고 사건의 구제명령은 일반적으로 원직복직과 임금상당액 지급이다. 해고 당시 종사하던 직무에 그대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해고로 받지 못한 그간의 임금도 받도록 함으로써 노동자의 삶을 해고 이전으로 돌려놓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러나 세상일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는 법. 노동자가 복직할 원직이 사라져 버린 경우가 있다. 해고 다툼을 하는 사이 원래 일하던 부문이 사라졌거나, 더 이상 사용자가 해당 사업을 운영하지 않는 등 경우의 수도 많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어 노동위원회 규칙 79조도 같은 직급이나 직무가 없는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한 때 유사한 직급이나 직무를 부여했는지에 따라 구제명령 이행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판례 또한 유사하다. “사용자가 해고한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해고 이후 복직 시까지 해고가 유효함을 전제로 이미 이뤄진 인사질서, 사용자의 경영상의 필요, 작업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해 복직 근로자에게 그에 합당한 일을 시킨 경우, 그 일이 비록 종전의 일과 다소 다르더라도 사용자의 고유권한인 경영권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므로 정당하게 복직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대법원 1997.5.16. 선고 96다47074 판결 등)”는 입장이다.

즉 ‘원직’의 문언적 의미는 해고 당시 근로자가 보유한 직무·직급 그 자체를 의미하지만, 종전과 동일한 자리에 복귀하지 못할 경우 해고 전과 유사한 직무·직급을 부여받은 것 또한 원직복직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현실에서 원직복직이 제대로 된 것인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유사한 직급으로 복직했을 때 불이익이 하나도 없기도 어렵다. 특히 앞서 말했듯이 ‘원직’이 사라진 경우 더 그렇다.

과거에 대리했던 사건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전국에 산재한 A공공기관 사업장들의 시설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부당해고 사건이다.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후 복직을 하려고 보니 종전에 해당 노동자가 근무하던 센터가 더 이상 시설관리 인력을 쓰지 않게 된 것이다. 사측은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되, 근무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근처의 다른 센터로 복직을 제안했다. 달리 선택지가 없었던 노동자는 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사측과 조율해 원래 근무지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발령됐지만, 종전에 비하면 출퇴근 시간이 많이 늘고,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과도 헤어져야 했다.

최근에 대리한 사건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한 사회복지법인과 근로관계를 맺고 해당 법인이 지자체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사업에서 발생한 노동자의 부당해고 사건이다. 부당해고를 당한 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하고 인정받기까지는 원활했지만, 막상 복직하려고 보니 난관에 부딪혔다. 위탁계약의 종료로 법인이 더 이상 그 사업을 운영하지 않아 ‘원직’이 사라진 것이다. 더욱이 해당 법인 산하에는 그와 유사한 사업이나 직무가 존재하지도 않았다. 결국 노동자는 종전에 수행하던 근무와 딴 판인 사회복지시설에 공석을 찾아 발령됐고, 10년간 전문성을 쌓아온 일과 완전히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경우는 타 시설로 발령이 나면서 임금수준도 묘하게 떨어진 문제로 ‘원직복직’에 해당하는지 대한 노동위원회 판단이 아직 진행 중이다. 애타는 노동자의 마음과 달리 진행은 느리기만 하다.

해고만으로도 노동자는 적게는 몇 달을, 길게는 몇 년을 고통 속에서 보낸다. 그러니 부당한 해고를 인정받았다면, 적어도 그 이후부터는 고통에서 벗어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어야 한다. 해고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구제가 아니다. 하지만 법과 현실은 간극이 있다. 복직했지만 호형호제하던 동료들과 헤어지거나, 출퇴근 시간이 늘어 잠을 줄여야 하거나, 전문성을 쌓아오던 일에서 한순간에 손을 뗄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달리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의 인간관계, 여가시간, 커리어 같은 가치는 가장 먼저 포기해야 하거나 법 밖으로 밀려난다. 이러한 비금전적 가치는 금전으로 쉽사리 보상되지도 않고, 부당전직 등으로 또다시 다툴 부담도 근로자에게 지워진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유사한 직무로 복직했지만 업무가 마음에 쏙 든다거나 종전보다 상황이 나아졌다는 노동자의 사례는 왜 좀처럼 들어볼 수가 없을까? 부당하게 해고를 한 책임은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있는데, ‘백이면 백’ 대부분 불이익은 노동자에게 더 무겁게 더 오래 남는 현실이 참 희한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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