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75주년을 맞는 올해 제주4·3에는 현직 대통령과 여당 주요 지도부는 없고, 전직 대통령과 야당 주요 지도부는 있는 엇갈린 모습이 연출됐다.

행정안전부 주최, 제주도 주관으로 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렸다. ‘제주4·3, 견뎌 냈으니/ 75년, 딛고 섰노라’가 주제다.

한덕수 국무총리 정부대표로 참석

제주도에 따르면 이날 추념식에는 4·3 생존자와 유족, 제주도민, 정부·정당 관계자 등 총 1만여명이 참석했다. 주요 내빈의 절반 이상이 고령 유족과 생존자다.

추념식은 오전 10시 사이렌 소리에 맞춰 4·3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해 개막(오프닝) 영상, 헌화·분향, 국민의례, 인사말, 경과보고, 추념사, 추모공연, 유족이야기 순으로 이어졌다.

정부대표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창섭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자 신분으로 추념식에 참석했으나 올해는 참석하지 않고 정부대표로 한 총리를 보냈다.

대신 메시지를 남겼다. 윤 대통령은 한 총리 대독 추념사를 통해 “정부는 4·3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존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보듬어 나갈 것”이라며 “여러분께서 소중히 지켜온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승화시켜 새로운 제주의 미래를 여러분과 함께 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제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제주를 찾지 않은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4·3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1년 전 추념식에서 윤 당선인은 말했지만 정작 오늘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모두 보이지 않는다”며 “아마도 내년에는 총선을 목전에 두고 표를 의식해서 얼굴을 비출 것이다. 이것이 제주4·3을 대하는 윤석열 정권의 민낯”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제주 찾아 참배

이재명 대표는 “정부·여당의 극우적인 행태가 4·3정신을 모독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4·3은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는 망언을 한 여당 지도부(태영호 최고위원)는 사과 한마디 아직 하지 않고, 4·3은 공산세력에 의한 폭동이라 폄훼한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은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4·3의 완전한 해결이라던 대통령 약속은 부도났다”고 말했다.

이날 추념식에 참석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반복되는 4·3 역사왜곡, 윤석열 대통령은 침묵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4·3 학살자들의 이름, ‘서북청년단’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단체가 제주도 곳곳에 모여 희생자들을 조롱하고 다닌다”며 “이런 어처구니없는 불상사를 조장한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는 제주도민들의 손을 차갑게 내치고 혐오와 역사 왜곡을 방치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추념식에 불참한 가운데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당선 직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4·3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며 “윤 대통령의 약속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은 추념식이 끝난 뒤인 이날 오후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위령 제단에 헌화·분향한 뒤 “4·3 영령들에 대해 다시 한 번 그 넋을 가슴 깊이 추도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2018년과 2020년, 2021년 세 차례 추념식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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