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지주사 회장 인사에 개입하고 은행원이 높은 임금을 받는다고 비난하면서 스몰 라이선스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22일 <매일노동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TF’는 최근 은행의 성과보수 체계와 희망퇴직금을 도마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활동을 시작해 6월 논의를 마무리하는 TF는 정부와 전체 금융업권 협회,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은행권 제도 개선 TF, 성과급·희망퇴직 비난 집중

정부 차원의 은행권 압박은 다층적이다. 연임을 시도한 금융지주사 회장을 사모펀드의 주범이라며 압박해 자리를 내놓게 하고, 고금리 상황에서 은행이 시중금리를 올리는 것을 폭리로 보고 자제를 요청한 것은 은행의 탐욕성을 비난한 사례로, 어느 정도 여론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논란이 거셌던 것은 올해 초 은행 영업시간 개입이다. 검찰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나서 은행에 영업시간을 ‘정상화’하라고 압박했다. 금융노조는 은행 영업시간을 열어놓고 논의하자고 했지만 은행들은 정부의 입장에 따라 일제히 영업시간을 코로나19 확산 이전으로 되돌렸다. 정작 내방객 감소를 명분으로 가파르게 폐쇄했던 지점 문제와 관련한 점포폐쇄 절차 개정 조치는 뒤따르지 않았다.

이후 정부는 다시 은행원의 성과금과 희망퇴직금 논란에 불을 당겼다. 최근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지난해부터 불거진 경제위기 압박에 따라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농협을 비롯한 5대 은행 희망퇴직자 2천355명이 받아간 희망퇴직금은 1명당 평균 5억4천만원이다. 정부의 금융권 공격은 사실상 경영진과 노동자에 무차별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이후 정부는 TF를 구성해 이른바 ‘경쟁체제’ 도입에 나선 상황이다. 매주 회의를 개최한 TF는 15일 4차 회의에서 은행 성과보수 체계를 도마 위에 올리고 비난을 집중했다. 회의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5대 은행이 성과급으로 지출한 돈은 1조9천595억원이고, 퇴직금은 1조5천152억원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은행 성과급은 시장상황에 따른 이익 증가라는 점에서 일반기업과 달리 볼 필요가 있다”며 “(경영성과가) 단순 예대 금리 차인지를 감안해 성과급이 지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별 기업 임금체계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횡재세·법인세 인상 외면하고 “경쟁체제 도입”만 강조

정부는 5대 은행의 과점이 이런 현상을 부추긴다고 보고 경쟁체제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스몰 라이선스와 소규모 특화은행을 도입하고 은행을 추가 인가하는 내용이 주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횡재세 도입이나 법인세 인상 같은 방식을 추천하지만 정부는 크게 귀담아듣지 않는 모양새다.

스몰 라이선스는 은행 업무 중 일부 분야를 한정해 인가를 내주는 제도다. 유럽의 챌린저뱅크가 대표적이다. 챌린저뱅크란 정보기술을 활용해 중소기업 대상 대출만 취급하거나 신용카드 관련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형태다. 그러나 TF가 모범사례로 설명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최근 파산했다.

이런 방향성에 대해 노동계는 우려를 드러냈다. 금융노조는 성명을 내고 “금융위 TF가 스몰 라이선스를 논하면서 곧 파산할 SVB를 모범사례로 말하고 있다”며 “합법적 이익을 노사 합의에 근거해 지급하는 직원 성과급을 범죄 수익 배분인 양 묘사하고 인사적체 해소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희망퇴직제도에 금액만 부각해 국민 분노를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