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보험설계사들이 금융당국에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의 편법 영업 규제와 핀테크 기업의 보험업 꼼수 진출을 막아 달라고 촉구했다.

보험영업인노조연대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 GA가 광고자회사를 설립해 불법적인 자동차보험 비교견적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이를 규제할 책임이 있는 금융당국은 불법 근절을 외면하고 도리어 카카오 같은 핀테크 기업에 관련 서비스 진출을 허용하려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설계사 1천명 이상 GA
원수사 상품 비교견적 광고 사실상 ‘중개’

이들에 따르면 소속 보험설계사 1천명 이상 규모의 GA는 최근 광고 자회사를 설립해 원수사(보험상품을 만들어 파는 보험사)만 팔 수 있는 자동차보험 직판 상품을 비교해 견적을 내고, 광고에 이끌린 고객을 원수사에 중개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원수사가 광고회사에 지급하는 계약당 수수료는 10~12% 수준으로, 보험설계사 수수료 7.5%를 웃돈다.

이런 방식은 보험업법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보험업법은 GA가 보험계약 모집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한다. 광고 자회사 설립으로 우회한 셈이지만, 자회사의 업무내용은 사실상 보험영업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상품판매업자만 관련 광고나 영업을 하도록 한 조항에 위배된다.

게다가 이들 광고회사가 비교견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수사 직판 상품도 문제다. 이런 상품은 원수사가 사업비를 절감해 저가 보험료로 자사에서만 판매하는 상품이다. 소형 GA 등은 이런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그런데 대형GA에만 광고영업 같은 편법으로 판매를 중개하도록 해 불공정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오상훈 보험영업인노조연대 공동의장(삼성화재노조 위원장)은 “개인 보험설계사와 대리점은 비싼 보험료를 내게 하고 대형 GA에는 저렴하게 중개하도록 한 것은 불공정행위”라며 “금융당국은 이런 불법행위를 감독하고 제재해 불공정행위를 막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금융당국 규제는 감감무소식
되레 핀테크에 ‘혁신금융’ 경로 터 주기 시도

그러나 정작 금융당국은 이런 영업방식을 혁신 금융서비스라며 핀테크에도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규제 샌드박스제도인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를 활용해 플랫폼사업자에게 자동차보험과 여행자보험의 비교견적 서비스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방식은 사이버 마케팅(CM) 허용이다. CM은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채널 가운데 하나다. 보험설계사가 직접 고객을 만나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전화마케팅(TM) 그리고 CM이다. 이런 서비스는 핀테크와 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 수수료율에 대한 합의까지 이루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빅테크(거대 IT기업)는 이미 상반기 내 자동차보험 비교견적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오세중 공동의장(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장)은 “앞서 방카슈랑스를 도입할 당시에도 은행에서 쉽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며 국민편익을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꺽기 영업 같은 피해만 늘었다”며 “빅테크가 보험업종에 진출하면 고객의 보험처리가 더욱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보험설계사의 생존권도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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