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골목길 혹은 대로변 해 잘 드는 곳이면 툭툭 꽃망울 터지기 시작해 겨울 다 지나 겨우 봄이다. 군데군데 노란 꽃잎 보며 사람들 설레는 때다. 흐드러져 마냥 이쁠 때도 아니니, 그저 기특한 것이다. 부지런 떨어 조금 앞선 것들의 힘이다. 무채색의 거리에 점점이 구멍을 낸다. 꽃샘이라고 아직은 찬바람 부는 길에 온기를 더한다. 맘 편히 쉬는 날, 꽃놀이 나설 생각에 발코니 구석 선반에 올려 둔 돗자리에 묵은 먼지를 턴다. 자전거 안장을 괜히 한번 닦는다. 엄두가 나질 않아 대청소는 며칠 더 미룬다. 노조 사무실 있는 건물 앞에도 개나리 피었다. 여기저기 압수수색 나선 경찰이 무채색 건물 주변에 개나리처럼 번졌다. 팡팡 카메라 플래시 터지기 시작했다. 큰일이 난 듯 일대가 요란스러웠다. 꽃놀이패였던지, 노조 때리기가 연일 이어진다. 펜 쥔 자들의 바둑판 훈수질이 거침없다. 개돼지처럼 군말 말고 일이나 하라는 것이냐고, 집 짓는 노동자가 탄식한다. 이런 개나리! 봄꽃 핀 자리가 내내 살얼음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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