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구공장에서 일하는 9개국 100여명의 다국적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체불에 항의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 외국인 노동자 35만명 시대를 맞아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그동안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소규모 기업의 인권침해 차원에서 발생해왔지만 이같은 대규모의 다국적 노동자 파업은 극히 드문일이어서 노동계와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 각국 대사관이 사태해결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문제가 국제적인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고 국내 노동력 구조가 변화되는 시점이어서 정부와 업계의 정책적인 해결방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23일 오후 경기도 포천군 화현면 지현리 ㈜아모르가구 3800평 공장에서는 “노 페이, 노 워크”(No Pay, No Work·무임금이면 무노동)란 구호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러시아(30명), 우즈베키스탄(30명), 이란(13명), 나이지리아(9명), 루마니아(6명), 필리핀(6명), 몽골, 태국, 몰도바등 9개국 100여명의 노동자들은 서로 쟐a 통하지 않아 오직 이 한 구호만 외치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21일부터 2000년 11~12월분 임금(1인당 250만~300만원)지불을 요구하며 일손을 놓았다. 관리직 10명이외에 생산직직원 전원이 외국인 노동자로 구성된 회사라 공장의 기계는 완전히 멈춰섰다. 이들의 대표격인 후르캇(34·우즈베키스탄)씨는 “지난해에도 5~7월분 월급을 10월에야 지급했다”고 말했다. 또“매일 아침 8시30분부터 이튿날 새벽 1시까지 일했다”며 “한국인 관리직원들의 폭언과 폭행, 인격 모독도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참아왔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회사측이 자신들이 불법체류자인 점을 들며 “말을 듣지않으면 전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해 강제 출국시키겠다”고 을러댔으며 기숙사의 단전·단수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사측 정길모 상무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한 적이 없으며, 이번 파업은 강제추방당해 벌금을 물지 않으려는 일부 노동자들의 선동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24일 오전 1시부터 6시간동안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입장 차이만을 확인했다. 회사측은 25일 11월분 임금을 지급하고 10일 뒤에 중소기업 운영자금을 받아 나머지를 지급하겠다고 제의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즉시 완불을 요구했다.

외국인 노동자대책협의회 안성근 사무국장은 “피부색이 다른 노동자들의 집단파업이 더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 됐으며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이들의 파업도 일반화할 것”이라며 “우리의 변화되는 노동력 구조를 감안해 외국 노동력에 대한 획기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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