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노조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당일배송 강요와 ‘쿠팡 생계지원비’ 합의 미이행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한진택배가 택배노동자들에게 ‘당일배송’을 강요하고 이를 어기면 페널티를 부과해 사실상 과로를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택배노조 한진본부(본부장 김찬희)는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노조가 지난 5일 한진택배 노동자 1천4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83.5%가 “최근 당일배송을 강요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절반 이상(52.8%)은 당일배송을 하지 않았을 때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구체적인 불이익 조치는 ‘징벌적 페널티’가 77%로 가장 많았다. 구역 조정을 강요받거나(6.2%) 계약해지 압박을 받은 경우(2.1%)도 있었다.

노조 관계자는 “서비스 품질과 고객 편의, 거래처 확보를 위해 최대한 당일배송을 지향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물량이 많은 설 특수기에도 당일배송을 강요하고, 도시에 비해 이동거리가 긴 지역 배송기사에게도 이를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진택배가 지난해 12월20일부터 시작한 ‘네이버 N 도착보장 서비스’의 경우 택배기사에게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D+1(당일배송) 98% 배송률’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건당 1천원 페널티를 부과하고, 허위배송(미배송 건을 허위로 등록)이나 임의배송(오배송 혹은 고객과 사전협의 없이 배송)인 경우에도 각각 2만원, 1만원씩 매기는 식이다.

노조는 한진택배측이 지난해 쿠팡 물량 이탈에 따른 생계대책 합의도 파기했다고 주장한다. 노조와 전국한진택배대리점협회는 지난해 8월 쿠팡 물량 이탈로 수입이 급감한 택배노동자들에 대해 대리점협회가 생계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노조는 “사측은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이행을) 미루더니 최근에는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며 “노사가 마련한 첫 합의서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 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 이후 본사 앞 농성에 돌입했다. 이후 본사의 전향적 대책 마련이 없으면 20일부터 김찬희 본부장이 단식농성을 하고, 부분파업과 전면파업 등 투쟁 수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한진택배측은 “쿠팡 배송 비중이 높은 지역의 배송기사에게 수입감소를 일정 부분 보전해 주기 위해 대리점협회측과 공동으로 상생협력기금을 마련해 지난해 12월 생계지원금을 지급했다”며 “그런데 생계비 지원에 따른 배송거부 중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일부 지역에서 부분 배송거부를 지속하고 있는 노조에 대해 연합회측이 지원금 지급을 중단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페널티 부과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고객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사항으로 대부분의 택배사가 유사한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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