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변협 일제피해자특별위원장 최봉태

최근 한국 정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해법으로 제3자 변제 방식을 발표했다. 나는 정부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우리나라 헌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일제피해자 해법에는 수많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 그중 3가지만 언급해 본다.

첫째, 대통령은 헌법상 3권 분립을 준수하고 대법원 판결에 기속돼 행정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정부조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휴지조각으로 형해화시키는 국기문란의 잘못이 있다

우선 일본 전범기업들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3·1 독립운동으로 성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는 우리 헌법하에서는 헌법가치의 근간적 문제다. 반드시 정의가 회복돼야 하며 모든 공권력은 그 피해가 확대하거나 심화하지 않게 방지할 헌법적 의무를 진다고 해석된다.

그런데 이번 정부의 해법은 국내기업의 갹출로 일본 전범의 책임을 부당하게 감경면제하는 것으로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우리 헌법의 평화조항에 반한다. 아울러 사죄란 다시는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을 본질로 한다. 사죄를 면제하는 것은 간접적으로 침략전쟁을 되풀이하는 위험성을 초래한다.

둘째, 일제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재단을 법률상 근거 없는 정관개정을 통해 일제전범기업지원재단으로 추락시킨 잘못이 있다. 대통령은 이번 조치에 대해 최종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자인한 바 있다.

셋째, 무엇보다 우리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무시해 무법천지를 만든 법적 책임이 있다. 헌재는 2011년 8월30일 한국 정부가 일본군 위반부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현재 일제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고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양국 사법부의 일치된 판단이다. 이런 양국 사법부 판단이 나오게 된 것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법적 투쟁의 소중한 성과다. 일본 정부가 이중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도록, 한일청구권협정 3조에 따른 작위의무를 하도록 헌재 결정을 따라야 한다.

윤 대통령 16일 방일한다고 한다. 일제피해자들에 대한 자국 최고재판소의 판결조차 무시하는 일본 행정부의 잘못은 가해 인식 부재에서 비롯된다.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데 사용된 히젠도(칼)가 아직도 신성스럽게 신사에 보관돼 있는 야만을 지적하고, 검찰총장 출신답게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압수해 오길 바란다.

아울러 전쟁 당시 노동자 문제는 평화가 와야 해결된다. 한일 간에 갈등이 지속된 탓에 과거 노동자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양금덕 할머니의 경우 미쓰비시중공업에게 기망당해 중학교로 간다고 속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가혹한 노동을 했는데도 월급도 받지 못했다. 99엔의 후생연금탈퇴수당을 받은 것을 보면 노동에 대한 임금이 현재 일본에 공탁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을 하고도 급여조차 받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런 개인의 청구권은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한일 양국 정부의 협잡에 의해서는 소멸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정부 간 협잡과는 무관하게 한일 양국 노동자들이 연대해 밀린 임금을 받게 하는 운동을 시민 차원에서 해야 한다.

아울러 일본 정부가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것은 일본 노동자들의 힘이 부족해 일본이 민주사회가 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임을 인정하고 일본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적극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양금덕 할머니는 2012년 당시 미쓰비시중공업과 협상을 할 때 사죄 문안과 금전 출연을 협의한 바가 있다. 늦었지만 한일 시민들의 힘으로 가해 기업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

이것이 헌법을 가진 민주국가이자 법치주의 국가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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