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한국와이퍼 공장에서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 조합원이 경찰에 의해 끌려나오고 있다. <금속노조>

고용안정협약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청산계획을 통보해 ‘기획 청산’의혹을 받는 한국와이퍼가 생산설비를 반출했다. 이를 저지하던 노동자들은 경찰에 연행됐다. 16일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대규모 경찰력이 투입된 터라 야당과 노동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국와이퍼는 15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공장에서 생산설비 반출을 시도했다.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분회장 최윤미)에 따르면 사측 관계자 30여명이 공장에 진입했고, 공장 주변에 대기하던 트럭 17대에 반출된 생산설비를 실었다.

이 과정에서 수백명의 경찰이 등장했다. 한국와이퍼가 집회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오전 6시30분부터 배치됐다. 분회는 660여명의 경찰이 동원된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은 회사 관계자의 공장 진입을 도왔다. 공장 후문과 내부에까지 진입해 생산설비 반출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했다.

사측의 일방적인 회사 청산을 반대하며 반출 시도를 막던 노동자들이 경찰과 충돌했고 부상자가 발생했다. 공장 내부에 진입한 경찰은 공장 안에서 출근투쟁을 하던 조합원을 업무방해를 이유로 공장 밖으로 끌어냈다. 분회 집행부를 포함한 4명이 단원경찰서로 연행됐다. 분회와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회 조합원들은 공장 입구를 막으며 저항했지만, 경찰은 입구를 막는 조합원들을 방패로 밀어냈다.

한국와이퍼는 일본 자동차부품사 덴소의 자회사로, 기획 청산 의혹을 받고 있다. 노조는 덴소가 지난해 7월 의도적으로 한국와이퍼 매출을 줄이고 적자를 키운 뒤 경영악화를 이유로 법인 해산을 결정했다고 보고 있다. 청산 과정에서 경남 창원 ㈜엘소 공장에서 한국와이퍼의 와이퍼 생산업무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금도 공장은 가동하고 있다.

분회는 한국와이퍼와 법적 공방중이다. 지난 1월 노동자 209명에게 해고예고 통지서를 보낸 회사에 분회는 ‘청산·매각·공장 이전의 경우 반드시 노동조합과 합의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고용안정협약서를 근거로 단체협약위반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이 이를 인용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며, 공권력 투입 배후와 과정을 규명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일본기업에 맞서는 한국 노동자들이 공권력에 의해 억눌린 것은 16일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가 일본에 ‘굴종외교’를 이어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 국민을 버렸다”며 “민주당은 노동자들이 억울하게 일터에서 쫓겨나는 것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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