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가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우정실무원 차별 철폐를 위한 무기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고양우편집중국에서 10여년간 우정실무원으로 일한 백철웅(58)씨는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꾸준히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왼쪽 어깨 수술을 받고 20여일 만에 일터로 복귀한 탓에 오른쪽 손으로만 일을 하다 보니 없던 병이 생긴 것이다. 공무직인 우정실무원은 유급병가가 두 달인 공무원과 달리 한 달만 유급으로 일을 쉴 수 있어 아픈 어깨를 부여잡고 업무에 복귀해야만 했다. 백씨는 “공무직은 기계 취급을 하는 건지 왜 이런 차별이 여태껏 우정사업본부 안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합리한 차별이 서둘러 고쳐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정실무원들이 직무와 무관한 유급병가·명절 상여금 등의 차별시정을 촉구하며 무기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20년째 단순보조업무
“공무직 우편원으로 이름 바꿔야”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체국본부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는 우정실무원에 대한 차별을 방관하지 말고 임금·단체교섭을 통해 차별을 철폐하라”고 촉구했다. 본부가 차별로 지목한 내용은 다섯 가지다. 직무와 직명에 관한 문제가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우편물 구분과 발착 업무를 하는 공무직 우정실무원은 전국에 5천500명 정도다. 적게는 10년, 많게는 20년 이상 장기 근속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정규직 우편원도 하는 우편 구분업무를 오전부터 야간까지 집중해 수행한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 무기계약 및 기간제근로자 관리 규정에 따라 이들의 업무는 ‘단순보조업무’로 규정돼 있다.

이중원 본부 우편공무직본부장은 “단순보조업무를 구분업무로 명확히 하고 공무직 우편원이라는 직종명을 사용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을 개정해야 한다”며 “단순보조업무라는 오명을 당장 지워 달라”고 촉구했다.

직무와 무관한 복리후생인 명절상여금과 유급병가도 정규직과 공무직 간 차이가 크다. 공무원은 유급병가를 최대 60일까지 보장받지만 공무직은 최대 30일이다. 명절상여금 역시 공무직은 정액으로 연 110만원을 수령하지만 공무원은 기본급의 120%를 받아 공무직의 최대 5배에 이른다. 명절상여금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 노동자와 정규직 간 차별을 두지 말라고 권고한 복리후생비 중 하나다.

우정사업본부 “처우개선 논의 중”

본부는 근속수당 역시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정실무원의 근속수당은 매년 1만원씩 인상되고 20년이 되면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규직 공무원과 초봉이 비슷해도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임금 차가 벌어져 20~30년 근무한 공무원의 월급이 공무직 임금의 3배가 된다. 이 본부장은 “무늬만 근속수당에 가까운 현재 수준이 아니라 연 3만원 인상으로 확대해 경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무별로 편차가 큰 직무수당도 동일한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우정실무원이 하는 일은 구분·도착·발착 세 단계가 있고 우편물은 소포·통상·특수로 구분된다. 업무나 우편물에 따라 수당이 최소 3만원에서 최대 10만원까지 나뉘어 기피하는 부서가 생긴다. 우정실무원들은 대부분 순환 근무를 하기 때문에 업무별로 편차를 둬 기피 부서를 방치할 이유가 없다는 게 본부 설명이다.

본부는 다섯 가지 요구 항목이 개선될 때까지 이날부터 서울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무기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처우개선에 대해 교섭대표노조인 우정노조와 노사협의회, 임금교섭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