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산재예방TF,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임세웅 기자>

금융감독원 청소용역업체 노동자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금감원측이 각종 자료를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산재예방TF,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13일 오전 지난 1월31일 금감원 지하 4층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뒤 병원에서 숨진 청소용역업체 노동자 민아무개(68)씨와 관련해 현장방문했다. 민주당은 금감원측에 사고 현장이 담긴 CCTV 영상 제출을 요구했지만 금감원측은 거부했다.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경찰 수사 핑계를 댔다.

타 용역업체 관리자, 고인 발견하고도 신고 안 해

민씨의 사망소식은 지난 3일 한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민씨는 1월30일 방문증을 수령한 뒤 청사 소독업무를 수행했으나 이튿날까지 방문증을 반납하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민씨 배우자가 금감원에 소재 파악을 요청하면서 고인이 발견됐다.

금감원은 언론보도 다음날에서야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유족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민씨와 관련한 CCTV영상을 보존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전제로 유족이 원할 경우 언제든 열람할 수 있도록 제공할 방침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족은 CCTV영상을 여지껏 열람하지 못했다. 유품도 인계받지 못했다.

유족들은 금감원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인의 방문증 관리 소홀은 물론, 고인에게 가해진 직장내 괴롭힘 외면이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고인은 다른 환경미화 노동자들과 달리 총무국에 배치된 용역업체 소속으로, 홀로 청사 소독과 방역업무를 수행했다. 고인을 제외한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모두 금감원 자회사인 FSS 시설관리 소속이다. 고인은 다른 환경미화 노동자들과 갈등이 있어 해결을 요구했으나, 총무국은 중재에 실패했다. 유족에 따르면 총무국의 중재 시도 직후 FSS 시설관리의 ㄱ소장은 고인의 눈앞에서 고인의 용역업체에 전화한 뒤 “잘라 버리라”고 소리쳤다. 이후 고인은 휴게실과 각종 시설들을 이용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산업안전보건법 64조(도급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조치)에 따라 용역업체 노동자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다해야 한다. 휴게·세면목욕·세탁·탈의·수면시설을 제공해야 한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휴게실이 아닌 방제실에서 휴식을 취했고, 시설도 이용하지 못했다. 고인은 방역업무 특성상 건강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다뤘다.

FSS 시설관리의 ㄴ소장은 고인을 발견하고도 119신고를 하지 않았다. ㄴ소장은 31일 오후 5시45분 고인의 배우자에 전화해 “불러도 대답을 않고 누워서 자고 있으니 모셔 가라”고 했다. 119 최초 신고는 오후 6시56분 금융감독원 기계실 직원이 했다.

유족 “왜 모두들 책임 회피하나”
민주당 “금감원에 책임 묻겠다”

고인의 유족 민아무개씨는 “금감원은 FSS 시설관리와 용역업체의 고용형태를 이야기하지만 모두 금감원에서 지시받으며 일했던 노동자들의 일이다”며 “왜 모두들 책임을 회피하시는 건가, 본인들이 업무상 책임을 다 한 건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금감원과의 간담회 직후 금감원 정문 앞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종민 의원은 “국민의 대의기관이자 헌법기관이 국회의원들이 눈으로 현장을 보는 것이 어떻게 수사에 방해나 문제가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무위 차원에서 이번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금감원의 태도 잘못을 집겠다”고 밝혔다. 을지로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업무 스트레스와 각종 갑질로 고충을 호소했을 때 금감원이 직장내 괴롭힘 문제를 제대로 해결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을지로위는 진실을 밝히고 잘못된 사내하청 노동자 인력운영 문제도 면밀히 살펴볼 것이다”고 말했다. 산재예방TF 단장인 이수진 의원은 “금감원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다했는지, 법 위반 사항을 철저히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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