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나이 60도 안 돼 뇌출혈로 쓰러져 고생하시다 돌아가셨다. 외가 어른들은 100수를 누리는 장수와 40~50대 요절로 양분된다. 어머니는 저혈압이라 신경도 안 썼다. 돌아가신 뒤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더 위험하다는 의학 지식을 들었다.

세 아들 키우느라 고생만 하다가 자식들 가정을 꾸리고 재밌게 사는 것, 보지도 못하고 가셨다. 의식이 있을 때 중환자실 간호사 손바닥에 마지막으로 쓴 글자는 당시 미혼이었던 막내아들 이름 석 자였다. 평생 마초로 살아 온 아버지는 팔순을 넘기고도 아직 정정하다.

갑자기 쓰러진 어머니 때문에 가족 돌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래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년 전 겨울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4주간 꼬박 교육받고 시험 치고 실습까지 마친 뒤 자격증을 받았다. 의사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무려 국시원이 주는 자격증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7일 사회면(10면)에 “요양보호사 10명 뽑는데 1명도 안 오네요”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썼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기사인데, 2020년에서 2022년 사이 전체 요양보호사가 약 12만명이나 늘어났지만, 요양시설에선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거다. 더욱이 요양보호사 자체가 고령화해 인력난이 가중된다는 거다.

조선일보는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요양보호시설 관계자 입을 빌려 “3개월 동안 구인을 하고 있는데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경기 과천시 한 요양원은 요양보호사를 못 구해 대기자가 60명이 넘는데도 입소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자격증을 땄을 때 나도 관악구에 살았다. 일을 해 보려고 몇 달 여기저기 사이트를 뒤지다가 포기했다. 요양보호사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같은 시설에 입사하거나 오전 오후 하루 두 탕까지 뛰는 방문요양보호사가 되거나 아예 입주 보호사로 일하는 세 종류로 나뉘는데 앞의 두 곳은 10원도 차이가 없는 딱 최저임금이었다. 입주 보호사는 주 6일 동안 그 집에서 종살이하는데 많이 주면 월 320만원 정도였다. 시급으로 치면 최저임금 미달이다. 그나마 입주 보호사는 100% 여성만 뽑는다.

대소변 받아내고 어르신 자세도 바꿔야 하는 힘든 일인데 최저임금 받고, 감정노동은 물론이고, 더러는 성폭력에 노출되는 노동환경이니 누가 하겠나. 여기에 야간노동도 필수다. 고령의 여성노동자가 버티기엔 힘들다.

나 역시 가족 돌봄 하면 월 40만~90만원 안팎의 지원금을 받는다는 소릴 듣고 자격증을 땄다. 아내가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을 상황이 생기면 모르는 사람 도움보다는 내가 돌보면 된다.

조선일보의 요양보호사 기사는 요양시설 아쉬운 데만 긁어 준 반쪽짜리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인력난의 원인을 “야간근무 등 고된 일을 꺼리는 경향”이라고 했다. 헛다리 열심히 짚었다. 조선일보가 내놓은 해법은 더 기가 막힌다. 조선일보는 “전문가들은 요양시설에 충분히 인력이 공급될 수 있도록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고 했다. 인력난의 해법이 ‘충분한 인력 공급’이라니.

뜬금없이 화두로 떠오른 ‘챗GPT’에게 ‘앞으로 어떤 산업이 전망 있을까요’라고 물으면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에선 노인 산업이 단연 으뜸”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 같은 노동환경에선 글렀다. 모두 빛 좋은 개살구다.

지난해 8월9일 한겨레도 요양보호사 기사를 12면에 큼직하게 썼지만 ‘요양보호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조선일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당시 한겨레 기사 제목은 “요양보호사 80%는 현장 떠났다”였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에 묻는다. “그걸 이제 알았나?”

이 거대한 레드오션을 블루오션으로 바꾸려면 무엇무엇이 필요한지 꼼꼼하게 살피는 게 언론이 할 일이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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