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대책으로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효과가 미흡했다면서 유명무실해진 차별시정제도 개선을 들고 나왔다.

노동부는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은 “인위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노동시장 변화하는 수요에 부합하지 못하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의 실질적 처우개선 효과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노동정책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비판했다. 권 차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일자리수석실 산하 고용노동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정책에 깊숙이 개입했다.

그는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는 노동시장에 구조화된 양극화를 해소하고 ‘공정’이라는 시대적 가치 달성에 부합하는 제도”라며 “불합리한 차별 없이 노동의 가치에 맞는 공정한 보상을 받도록 하는 차별시정제도의 본래 취지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동부가 꺼내든 ‘차별시정제도’는 비정규직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없어 ‘빛 좋은 개살구’로 취급받는다. 실제로 차별시정 구제신청은 노동위원회가 사건을 맡기 시작한 초기인 2008년에만 1천897건을 기록했을 뿐 그 이후부터 매년 100건 수준으로 감소했다. 2021년 차별시정 사건은 122건으로 전체 노동위 사건의 0.8% 수준에 불과하다. 초기에 신청 건수가 늘었던 이유도 2007년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등 도로공사 기간제 노동자 596명, 2008년 철도공사의 매표·수송·차량검수 등 기간제 노동자 1천194명이 이례적으로 집단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신청이 저조한 이유는 재직 중인 비정규직 개별 노동자만 신청이 가능해 불이익 등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별시정제도 도입된 후 첫 신청 사례였던 고령축산물공판장 비정규 노동자 일부는 사측으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했다.

재계약이 거부될 각오를 하고 신청해도 비교 대상이 되는 정규직 유사·동종 업무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다 보니 차별을 인정받기도 힘들다. 2007년 도로공사 요금수납원 사건에서도 ‘비교대상 정규직이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용자들은 이런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군·업무를 분리해 비교 대상을 없애거나 아예 비정규직 업무를 외주화하는 길을 택했다. 설사 차별로 인정받는다 해도 실제 보상은 300만원 미만이 대부분이어서 구제의 실효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협소한 비교 대상 판단 범위, 동일 가치의 직무 판단에 대한 구체적 기준 등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발제를 맡은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용자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요인이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하고 개선하도록 사전적 차별 예방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다음달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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