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노란봉투법조차도 부족한데요.” 이렇게 대답하면서 나는 부족하다는 걸 절감했다. 어째서 부족하다는 것인지 자세하게 설명해 줘야만 했다. 지난 3일 사무실에 대학학보사 기자가 찾아와 인터뷰를 했다. 파업 등 노동쟁의에 관한 법제도에 대해서였다. 기자는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에 관해서도 질문했다. 파업의 자유란 무엇이고, 노동자에게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했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이며, 파업의 자유를 박탈했던 단결금지법제의 폐지와 노동법의 역사를 모처럼 침 튀기게 설명했다. 그 뒤에 받았던 질문이라서 나는 이렇게 즉각적으로 대답을 했던 것이다.

이렇게 노란봉투법조차도 부족하다고 말하고 나니 나는, 한편으론 노란봉투법조차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법치주의 근간을 흔든다”고 반발하고, 집권 여당 국민의힘이 반대하며,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할 수 있는 오늘 이 나라의 상황에서 이렇게 말한다는 것이 혹시나 그조차도 추진하는 데 논란을 일으키는 것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2. “민주당다운 법안이 처리됐다. 2015년 처음 발의돼 여러 해가 지났다. 노조법만큼은 민주당이 주도권을 가지고 통과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 아닌데도 지난해 11월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제안한 내용을 받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에서 밝힌 소회였다. “2조에서는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3조에서는 손배책임을 좀 더 구체화했다. 저는 2조에 좀 더 힘을 기울였다. 파업을 합법이 되도록 만들어야 했다. 헌법에서는 노동 3권을 보장하는데 노조법에서는 파업을 인정하지 않는 게 많다. 2조 개정으로 사용자 범위를 넓혀 합법파업 범위도 넓히려 했다. 기존에는 근로조건 결정과 관련해 이익분쟁만 파업이 가능했다. 임금인상이나 복지 같은 사유에만 쟁의행위를 인정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정리해고, 해고자 복직, 노동자 삶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도 합법 쟁의행위에 해당한다. 3조는 개개인에게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학습지교사·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직은 노동자로 정의되지 않아”서 “아쉽다.” “처음에 합법 쟁의행위로 시작했지만 도저히 교섭이 안 되고 회사가 꼼짝도 안 해 점거 등을 했을 때는 손배 청구를” 하는데, “개정안에서 합법 영역을 손배에서 제외했는데 이것도 빠”져 “아쉬움이 많다.”(2023월 2월27일 매일노동뉴스)

이상과 같은 고민정 의원의 인터뷰만 살펴봐도 환노위에서 통과된 노란봉투법안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가 있다. 노조법 2조2호의 사용자 정의에 관해서 그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2조5호의 노동쟁의 정의에서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을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개정해서 사용자의 단체협약 불이행도 쟁의 대상에 포함했다. 3조의 손해배상에 관해서 불법쟁의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각 참여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개정한다는 것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구체적으로 법안 내용을 살펴보자.

첫째,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이미 대법원이 “사용자를 근로자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을 반영해 사용자 정의를 개정했다(안 2조2호 후단 신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 여기서 현대중공업 사건에서처럼 사내하청 노동자의 경우는 이 같은 개정으로 원청 사업주가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돼 단체교섭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이미 대법원 판례로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되고 있는데 이에 따른 법개정을 두고서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과연 파업의 자유 등 노동자의 자유를 확대하는 법개정이라고 볼 수 있는지 말이다.

둘째, “현행법은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으로 한정하고 있어, 노동조합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단체협약의 불이행 등과 같은 사항에 대해서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 바,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확대해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도록” 했다(안 2조5호)(동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 1997년 노조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노동쟁의의 정의에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으로 규정하지 않고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바로 그와 같이 개정하겠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1997년 현행 노조법이 제정되고서 과연 이전과 달리 ‘근로조건의 결정’이라고 규정한 것이 독일 등에서처럼 권리분쟁에 관한 사항은 노동쟁의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이익분쟁만을 대상으로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것인지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서는 새로이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사항이 아니라 체결된 단체협약의 이행에 관한 사항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명확히 법개정하는 것은 파업의 자유 등 노동자의 자유 보장으로 볼 때 분명히 바람직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셋째로, “쟁의행위와 관련해 법원은 노동조합 및 조합원들의 공동불법행위에 대해 이들 각각의 불법행위 책임범위 여부를 구체적으로 산정하지 아니하고 모든 공동불법행위자 각각에게 총 손해발생액 전부를 부담시키고 있는”데, “법원이 조합원 등의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그 손해에 대해 각 배상의무자별로 각각의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안 3조2항 신설) “사용자가 쟁의행위 등으로 입은 손해에 대해 제3자인 신원보증인에게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신원보증제도가 실제로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쟁의행위 등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신원보증인의 배상책임을 면제”하도록 했다(안 3조3항 신설)(동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 한마디로 불법쟁의에 가담자별로 책임범위를 정하도록 하고, 신원보증인의 배상책임을 면제토록 한다는 것이다. 신원보증인의 책임 면제가 타당하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오히려 오늘날 근로관계에 존재하는 신원보증인제도의 전면적 무효화를 입법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봐야 할 테니 말이다. 불법쟁의행위 가담자 모두가 손해액 전부에 대한 부진정연대채무자로서 책임을 지우는 걸 개별적으로 나눠 책임을 지우도록 하겠다는 법개정은 없는 것보다야 나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불법쟁의행위로 인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 자체를 방지하거나 그 금액을 감축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은 아니다.

3. 이상을 통해서 노란봉투법안이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사실 나는 이런 걸로 부족하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위와 같은 내용의 노동봉투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없이 공포, 시행된다고 해도 일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들을 상대로 단체교섭 등 노조활동을 하고, 단체협약 등을 통해서 확보된 권리 사항을 사용자가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

파업은 여전히 자유가 아니다. 노동자들이 일하지 않는 파업이 노란봉투법 아래서도 자유가 되지 못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배웠던 온갖 말들을 다 거둬 내고서 맑은 머리로 가만히 생각해 보자. 파업이란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들이 일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무엇도 아니다. 일하지 않는 것, 그것을 이 나라에서는 노조법에서 정한 대로 하지 않았으니 불법파업이라며 불법행위로 범죄행위로 노동자에 책임을 지우는 것, 이것이 노조법의 실체이고 노사관계에 관한 이 나라 법제와 국가의 법집행인 것이다. 주체, 목적, 시기와 절차, 그리고 수단과 방법 등 각가지 유형별로 파업 등 노동자의 쟁위행위에 대해서 규제하고 있는 법과 그 법집행을 그대로 두고서 추진하고 있는 입법안은 내게는 부족하게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 결사의 자유 등 ILO 기본협약 3개를 비준했다. 이렇게 노동자가 단결해서 파업 등 활동할 자유에 관한 협약의 비준을 추진했던 집권 민주당이라면 당연히 파업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노조법의 전면적 개폐도 함께 추진했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기본협약 비준 추진과 함께 추진했던 노조법 개정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고, 그 논의조차 지지부진했다. 그 논의 내용을 보면, 노동자의 자유로 파업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조법의 전면적 개편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기껏해야 노조법상 사용자범위 확대나 손해배상 책임 제한, 권리분쟁 포함 등 제한적인 노조법 개정 논의만 했을 뿐이다. 그러니 이번 노란봉투법의 환노위 통과에 대해서 몇 가지 사항이 포함되지 아니한 것이 미흡하지만 “민주당다운 법안이 처리됐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이 아닐까. 노동자의 파업이 불법과 범죄로 되지 않도록 노조법을 전면적으로 개폐해야 한다는 생각 없이 이정도면 평가할 만하다고 여기는 것일 텐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고작해야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은 정도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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