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지난 4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2023 여성노동자대회’를 열고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전국여성노조>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노동단체들이 성별 임금격차와 여성 노동권 사각지대 해소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채택했다.

민주노총·한국노총·전국여성노조·한국여성노동자회를 포함한 6개 노동자 단체가 모인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지난 4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2023 여성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여성노동자 700명이 참가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성별 임금격차 해소 △비정규직을 포함한 여성 노동권 사각지대 해소 △여성노동자에 안전한 일터 조성을 촉구했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27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연대회의는 “여성에게 돌봄노동이 전가되고 남성 생계의 보조자로 여겨져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로 내몰리기 때문”이라며 “모든 개인이 노동자·돌봄자·시민으로 인정받는 것이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연대회의는 “비정규직은 불안정 고용에 시달리고 노동권을 보장받기 어려운데, 여성노동자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고 지적했다. 열심히 일하면 인정받고 더 좋은 자리로 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최선을 다해 일을 하지만, 계약 만료로 다시 질 나쁜 일자리로 옮겨 가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특히 특수고용 노동자와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근로기준법의 일부밖에 적용받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대학이라는 공간도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아 분석한 ‘최근 5년간 전체 대학 여교수 비율’ 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 교수 중 여교수는 27.6%밖에 되지 않았다. 정보라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조합원은 “대학교에서 대체적으로 여자 교수들을 채용하려 하지 않는다”고 고발했다. 그는 “교양 어학과목 강사들이 대량 해고됐는데, 모두 40대 중후반에서 50대 여성”이라며 “단 둘이 러시아에 놀러 가자는 정규직 남성 교수의 제안을 거절하자, 학교에서 강의를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채용돼도 여성이 관리직으로 진급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기업의 여성 관리직 비율은 OECD 평균(33.2%)의 절반도 못 미치는 15.4%다. 김예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대전분회장은 “여성이 70%를 차지하는 직장인데도 관리자가 되는 건 전부 남성”이라고 주장했다.

저출산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노동을 혐오하고 장시간 노동을 확대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 분회장은 “여성노동자들은 계속해서 고립되고 힘겹게 쟁취해 온 권리들을 빼앗길 위기에 놓여 있다”며 “차별받지 않고 일한 만큼 대우받을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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