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피해자 권리를 명확히 밝히고 참사 책임을 규명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요구했다. 피해자 범위에 유가족과 생존자뿐 아니라 참사 현장에서 구조를 시도한 시민과 참사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지역주민까지 포함했다.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는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가칭) 제정을 원내 모든 정당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본 조사는 꼬리 자르기, 독립 조사기구 필요”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특별수사본부 수사는 일선 현장 책임자 꼬리 자르기”라며 “당일 빗발친 구조요청을 무시하고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무엇을 했고, 수습 과정에서 희생자 마약검사를 실시한 정황 등에 대해 행정부에서 독립된 조사기구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대규모 인파가 운집할 게 불 보듯 뻔한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정부와 지자체 어느 곳도 안전사고 대비나 예방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점을 규명해야 한다고 본다. 권영국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는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통해 이태원 참사가 재난관리 책임기관의 부작위(직무를 행하지 않음)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러나 부작위의 원인과 배경은 설과 의혹으로만 남아 있어 부작위가 실제 참사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고 책임이 있는지 독립적 조사기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현장 배치 경찰의 위험 신고 부재 △참사 뒤 구조대 대응 상황보고 및 전파 지체 배경 △참사 뒤 경찰 공동대응 지연 배경 △국가안보실·대통령 비서실 엄무분장 변동의 영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중앙대책본부 가동 지연이 참사 대응에 미친 영향 △희생자 사망 시점과 경위 및 이송경로 △유가족 집단화 방해 시도를 확인해야 한다고 봤다. 또 이태원 참사를 ‘주요 이벤트’로 지정한 서울경찰청이 어째서 이에 대한 상황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는지도 밝혀야 할 대목이다. 이런 과제 대부분은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란 공통점이 있다.

차별·혐오로부터 보호, 개인정보 보호 명문화

이런 의혹들을 밝히기 위한 특별법은 기존의 재난 진상규명 관련 제도가 누락했던 피해자 권리 보장을 앞줄에 내세웠다.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가 제시한 특별법 원칙은 피해자의 권리를 명문화해 보장하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특히 희생자의 범위를 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람까지 확대하고 실제 참사 이후 장사를 거르는 방식으로 경제적 피해를 감내한 지역주민과 상인까지 포함하고 있다. 또 차별과 혐오로부터 보호받고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를 피해자 권리에 포함했다. 만연한 피해자 폄훼와 정부기관의 개인정보 들여다보기를 근절하고 처벌하려는 시도다. 애초 피해자 권리로 배상·보상권도 명시했으나 유가족 요구로 관련 조항은 특별법 원칙에서 모두 빠졌다.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는 앞으로 특별법 제정을 위해 정당 대표자와 국회의원 면담을 추진하고 7일 국회도서관에서 국회의원 초청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대통령 면담과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이상민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활동도 전개한다. 이지현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아직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청 앞 분향소와 관련해서는 서울시와 물밑 협의를 진행 중이다.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는 “지난달 15일 계고 시점 이후 대화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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