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영국의 안전보건체제를 새롭게 재편하게 한 기념비적인 정책보고서로 평가받는 ‘로벤스 보고서’가 만들어지는 데 초당적인 정치의 역할이 중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미래연구원이 27일 배포한 ‘노동안전 분야의 마그나카르타, 로벤스 보고서 누가, 왜, 어떻게 만들고 실현할 수 있었나’ 제목의 이슈페이퍼에서 이같이 지적했다.<본지 2022년 12월15일자 9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참고서엔 노동자 참여 제도 있다’ 기사 참조>

1970년 5월 영국에서는 ‘일터에서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위원회’(로벤스 위원회)가 출범하고 2년 뒤인 1972년 6월 보고서가 제출됐다. 위원장 이름을 딴 ‘로벤스 보고서’다. 보고서는 기존의 지시·규제·처벌 중심의 접근 때문에 경시된 것에 대한 실체적 고려를 할 수 있게 했고, 기업을 넘어서 위험을 만들어낸 모든 곳에서의 재해 문제까지 포괄할 수 있게 했으며, 노동자 참여를 법률에 준하는 책임으로 받아들이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슈페이퍼를 작성한 박상훈 연구위원은 이 과정에서 ‘정치의 역할’에 주목했다. 그는 “로벤스 보고서가 노사의 지지를 얻었다는 것이 중요했지만 다른 한편 후퇴할 수 없는 초당적 기반을 가졌다는 사실도 중요했다”고 지적했다. 로벤스 위원회는 노동당 정부에서 출발해 보수당 정부에서 보고서를 제출했고, 다시 들어선 노동당 내각하에서 (보고서에 기초한) 일터안전보건법(HSWA)이 통과하고 법률의 집행을 주관하는 안전보건청(HSE)이 만들어졌다.

박 연구위원은 “로벤스 위원회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정치로 하여금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특별했다”며 “정부 행위에 수반하는 위원회 기구는 우리도 많지만 공적 명령을 뒷받침하고 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고 행정관료제의 의제 주도성을 정당화하는 기관처럼 운영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로벤스 보고서가 노사관계를 바꿔놓은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가치가 노사 모두의 ‘공동통치 의제’가 돼야 함을 확고하게 만들었다”며 “우리 노동현실을 한 발 앞으로 이끌기 위해 현실적 개선책을 끊임없이 찾고 모색하는지가 중요하며 로벤스는 그런 정치적 책임성과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