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택시기사의 초과수입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하도록 정한 최저임금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011년과 2016년 합헌 결정이 나온 이후 또다시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실제 운행시간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하기로 합의한 택시업계의 ‘탈법행위’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보인다.

택시회사 37곳 “계약 자유, 재산권 침해”
2011·2016년 이어 세 번째 심판 대상

헌재는 23일 오후 경기·대전·강원 등 소재의 택시회사 37곳이 최저임금법 6조5항 중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 낸 위헌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택시회사들이 낸 헌법소원 52건을 병합해 선고했다.

2008년 3월 시행된 개정 최저임금법(6조5항)은 일반택시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 범위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임금으로 정하고 있다. ‘생산고’는 택시기사가 손님들에게 받은 수입에서 사납금을 제외한 부분으로, 초과운송수입금을 의미한다. 초과운송수입금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택시회사는 고정급으로 최저임금을 채워야 한다.

택시기사들은 해당 조항을 근거로 미지급 임금 청구 소송을 냈다. 생산고 임금을 최저임금 계산에서 제외해야 하는데 고정급이 실제 노동시간에 따른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가 무효라며 1일 8시간, 월 220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한 최저임금과 임금 차액을 달라고 요구해 승소했다.

택시회사들은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초과운송수입금을 포함해 계산해야 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사측은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최저임금을 곱한 금액을 임금으로 지급할 경우 실질적인 임금총액이 최저임금보다 훨씬 초과하게 돼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도산 위기에 빠질 수 있어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최저임금법 조항이 경영난 원인 아냐”

하지만 헌재는 최저임금법 조항은 택시기사를 최소한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봤다. 재판부는 “심판대상 조항은 대표적인 저임금·장시간 근로 업종에 해당하는 택시운전 근로자들의 임금 불안정성을 일부나마 해소해 생활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규정”이라며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임금의 구성 비율을 조정하는 제한 조치는 택시운송사업자에게 부담이 덜한 조치로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한다고 했다.

특히 최저임금법의 공익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과속과 난폭 운전 등을 방지해 국민 안전을 보장할 국가의 의무 이행이라는 측면에서 심판대상 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은 중대하다”며 “택시의 공급 과잉과 열악한 근로조건에 따른 택시기사들의 이탈 등 택시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경영난에 큰 영향을 주고 있어 심판대상조항이 주된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가 정착된다면 궁극적으로 해당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보충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택시기사들이 근로시간과 운송수입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면 심판대상 조항은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으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액관리제는 택시 운송수입을 회사에 납부하는 대신 회사가 고정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헌재는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한 것은 무효라는 2019년 4월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결정이라고 해석했다. 헌재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은 택시운송사업자들의 탈법행위에 따라 발생한 불가피한 결과이므로, 심판대상 조항에 따라 제한되는 사익을 평가할 때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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