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경기도 공공기관 2곳 중 1곳은 초단시간 노동자를 활용하고 있는 것을 조사됐다. 2020년 이후 급증하는 추세다. 정원을 마음대로 늘리기 어려운 공공기관들이 비정규직 일자리를 초단시간 노동자로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퇴직금을 비롯해 4대 보험, 주휴수당과 연월차 등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을 수 없어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노동권 사각지대로 지목된다.

경기도, 지자체 최초로 ‘초단시간 노동자’ 연구

23일 오전 경기 부천 가톨릭대에서 경기도가 비정규 노동자 지원사업으로 추진한 ‘초단시간 노동자 실태파악 및 정책방안 마련 연구’ 최종 보고회가 열렸다. 연구는 사단법인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가 수행했다. 연구팀은 최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신희주 가톨릭대 교수(사회학),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 백승호 가톨릭대 교수(사회복지학) 등이 참여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초단시간 노동자 노동실태를 조사한 적은 있지만 지자체가 지역 내 초단시간 노동자 실태 파악에 나선 것은 경기도가 처음이다. 연구팀은 경기도와 시군 소속 182개 공공기관의 초단시간 노동자 사용실태와 민간부문 초단시간 노동실태를 같이 분석했다.

연구팀이 실태조사에 응한 경기도 공공기관 50곳을 조사해 보니 절반(50%)에서 평균 42.1명의 초단시간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기관 초단시간 활용은 2020년 이후 급증하는 추세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비정규직 고용을 누르자 ‘풍선효과’로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초단시간 노동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경기도 공공기관에서 단시간 노동자와 초단시간 노동자 규모 추이를 보면 서로 상쇄하는 형태를 보인다”며 “단시간을 줄이고 초단시간을 늘리는 이른바 ‘일자리 쪼개기’가 경기도 공공기관에서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초단시간 노동자와 동일업무를 하는 노동자 유형을 물었을 때 정규직 18.8% 무기계약직 31.3%, 기간제 12.5%로 나타났다. 초단시간 노동자 업무가 상시·지속적일 가능성이 높고 차별이 존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5명 중 1명 ‘최저시급’도 못 받아
성별 격차 ‘심각’ 여성이 32만원 적어

연구팀은 지난해 8월부터 9월 사이 경기도 내 초단시간 노동자 1천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온라인 접근성이 떨어지는 60대 이상 초단시간 노동자 등을 추가로 조사하고 모집단을 보정해 최종 625명의 응답을 분석했다.

그 결과 경기도 초단시간 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 8.4시간으로 조사됐다. 전국 평균(9.16시간)보다 적었다. 계약서상 ‘주 8시간 근무’가 15.2%, ‘주 14시간 근무’가 18%를 차지했다. 고용주가 주휴수당과 퇴직금, 연월차 지급 의무를 회피하려 주 15시간 미만으로 고용계약을 맺는 것으로 연구팀은 풀이했다. 하지만 계약서상 포함되지 않는 작업 준비와 업무 인수인계, 대기시간을 포함하면 근무시간은 더 늘어난다. 실제로 응답자의 25.5%가 작업준비와 인수인계, 대기시간으로 1시간 이상을 사용했다. 또 초단시간 노동자의 16.5%는 전적으로 야간에만 일하는 ‘야간직장’으로 조사됐다.

초단시간 노동자가 지난 세 달간 받은 월평균 임금은 94만원에 불과했다. 임금노동자만 대상으로 하면 월평균 89만원이다. 연구팀은 “실태조사에 고소득 자영업자가 일부 포함돼 있어 지역별 고용조사에서 나타난 전국 초단시간 평균임금보다 36만원 정도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5명 중 1명(18.2%)은 최저시급(9천160원)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단순노무직·서비스직·판매직 노동자였다. 성별 임금격차는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남성 초단시간 노동자 월평균 임금은 115만원인 반면 여성은 83만원으로 32만원가량 차이가 났다. 남녀 간 평균 근무시간 차는 0.5시간(남성 주 8.4시간, 여성 7.9시간)에 그치기 때문에 연구팀은 “직업과 산업별 남녀 분포가 다르게 나타나거나 임금의 구조적 불평등 때문”이라고 봤다.

초단시간 노동자 13.4%는 부업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부업을 갖게 된 이유는 ‘생활비가 부족해서(45.2%)’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서’라는 응답도 10.7%였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의 경우 72%가 생활비를 벌거나 근로조건에 만족해서 초단시간 일자리를 택했지만 30대와 40대는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각각 18%, 23%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코로나19 휩쓸자 초단시간 노동자 39% ‘해고 또는 폐업’

초단시간 노동자 4명 중 1명은 코로나19 시기에 실직 경험이 있다. 계약기간 만료가 30.5%로 가장 많았지만 코로나19 시기 비자발적 해고(14.7%)와 권고사직(14.1%), 코로나로 인한 폐업·스케줄 취소로 일자리를 잃은 경우(10.2%)를 하나로 보면 39%가 ‘코로나 해고’를 겪은 셈이다. 또 코로나19 감염으로 자가격리한 초단시간 노동자 2명 중 1명은 소득 감소를 경험했다.

연구팀은 “초단시간 노동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제도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초단시간노동 오남용을 막기 위한 보호 조례 제정, 경기도 비정규직 공정수당 확대, 민간부문에 주휴수당 공정지원 등 초단시간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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